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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Nov 21. 2023

스물다섯, 그리고 연애 #5

일기예보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틀어져 있는 TV에는 기상캐스터가 어김없이 오늘의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오늘은 맑을 것, 내일은 비가 올 것. 우리의 관계도 이처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미래를 알 수 없을 때 누구나 불안함을 느낀다. 나의 행동이, 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어떤 것도 수학문제처럼 확률을 계산할 수 없기에 더욱 두렵다. 상대방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는 한 사람만이 아닌, 두 개의 변수가 복잡히 얽혀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에 결괏값은 더욱 깜깜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그마한 행복이라는 희망을 보며 바보같이 또 사랑에 뛰어든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나였기에, 나보다는 당신을 생각했기에 나를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도, 나를 바꾸어 가면서도 그렇게 열심히 사랑했다. 내 시간과 마음을 다해 그렇게 했었다.


괜한 생각을 했었나 봐
너를 믿어보겠다고
잘 알았어 너의 마음을
이제서야 안 게 우습게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늘 그래왔어 한 치의 오차없이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권진아


 내가 사랑을 꺼내어 보였을 때 당신은 좋아했다. 내가 사랑을 쏟아주었을 때 당신은 당연히 여기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마치 영원히 같을 것처럼, 내가 공기처럼 늘 곁에 맴도는 존재인 것 마냥 굴었다. 나는 받지 않아도 행복했다.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것이 나에겐 가치 있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당신은 내 마음을 읽긴커녕 처참히 찢어 버렸다. “나는 바빠서 너에게 투자할 시간이 없어.” “나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하고 있잖아.”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 각양각색의 이유들만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조금만, 내가 조금만 가까워지고 싶어도 불편하면 나를 밀어내고, 당신의 삶에서 지워버리려고 하는 이기심과 가벼움에 몸이 참을 수 없이 떨렸다. 내 표본이 된 그들을 괜히 믿어보았던 나는, 이별 후 바보로 남았다. 이 바보는 이제 모든 게 두려운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나의 모든 것을 주면 내 사랑은 떠나갈 것 같아, 반쪽만, 반의 반쪽만 내어주기 시작했다.


But every time you hurt me, the less that I cry
And every time you leave me, the quicker these tears dry
And every time you walk out, the less I love you
Baby, we don’t stand a chance, it’s sad but it’s true
I’m way too good at goodbye

“Too Good at Goodbyes” Sam Smith


 이별은 할 때마다 쉬워진다. 당신과의 미래를 내 표본을 바탕으로 예측한다. 우리 관계에서 나는 기상캐스터가 된다. 이런 상황 뒤에는 어떠한 다툼이 있을 것. 이런 다툼 후에는 반드시 이별이 있을 것. 나의 기상예보로 나를 슬픔으로부터 보호하다 보면, 그토록 두려웠던 이별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러다 가끔 마음을 다해 좋아하던, 그렇게 순수했던 나의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도 나의 마음을 얼음장처럼 차갑게 만드는데, 그렇게 태양처럼 오래 뜨겁게 타오르던 내 마음이 그립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한 번의 다툼에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를 하는 나를 보니 낯설다. 좋지 않은 모습을 하나 둘 세고 있는 나도 참 못됐다. 그렇지만, 난 다시는 그렇게 아프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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