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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Nov 28. 2023

스물다섯, 그리고 연애 #7

업보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이 나의 업보처럼 느껴질 때가 자주 있다. 과거의 무언가가 현재의 나에게 돌아와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다.


 내 연애는 늘 쉽지 않았다. 첫 연애는 취준생과의 장기연애. 두 번째는 사내연애, 지금은 국제연애. 마치 내가 어려운 연애만 골라 시작하는 것 같다. 연애는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내 일상을 망친 것도 연애였다. 서로가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배려한다고 해도, 어찌 서로를 전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반드시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갈등상황을 어려워하는 나에게 이는 큰 고통이었다. 이럴 때마다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내가 과거에 했던 실수의 조각을 주워 모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업보라 여겼다.


Do you want me back or is this unrequited?
I don’t know where this might go but
take it slow just don’t leave me in the cold
I don’t know where this might go but
take it slow just don’t leave me in the cold

“Unrequited” Solomon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내던질 자신이 있다. 모험이라도 좋다. 하지만 당신은 확신을 주지 않는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다며,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당신이 나를 사랑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그토록 쉽게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내가 이 사람을 믿고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지, 아니면 전처럼 내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기에 잠시라도 생각에 잠기면 미칠듯한 불안함이 나를 감싼다. 신경이 예민해져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내 몸을 쿡쿡 찌르는 것 같다. 이 알 수없이 커지는 불안함은 점점 커져 나를 좀먹고 있다. 난 만남과 이별에 지쳤다.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당신은 도무지 확신을 주지 않는다.


“Baby, I don’t feel so good”
Six words you never understood
“I’ll never let you go”
Five words you’ll never say
I laugh alone like nothing’s wrong

“Wish you were gay” Billie Eilish


 난 당신에게 위로만 되어도 충분하다. 내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 당신이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 또한 없는 것을 충분히 아니까. 그러나 나를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별이 예정되어 있다면, 나는 이 연애를 왜 시작했을까. 나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각오가 되어있던 것일까. 그가 말하던 그의 신념은 전부 합리화라는 거짓말로 뒤덮인 가짜일까. 아무리 당신을 믿고 싶어도 손에 쥔 모래처럼 천천히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당신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불안해도, 마음이 아파도 전부 숨기고 당신을 위로해 주려는 내 마음은 알까. 당신에게 자랑스러운 여자친구가 되려고 내 대학생활중에서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당신은 알기나 할까. 더 아름다워지면 당신이 떠나지 않을까 눈이 자꾸만 감겨와도 밤늦게까지 매일 운동하는 나의 꾸준함은 당신은 모르겠지.


 무섭다. 꽃에 잠시 앉았다 다시 날아가는 나비처럼, 당신도 날아갈 것 같다. 그러면 난 혼자가 되고, 내가 당신을 만나면서 냈던 용기는 헛되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이번엔 정말 모든 것을 잊고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또다시 연애, 그리고 이별. 이런 무의미한 관계는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이번 연애는 그렇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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