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3.141592… ~ 3.14
왜 우리는 서로를 재단할까? 이 사람은 조건이 이 정도야. 데이트 비용은 절반씩. 시간은 이 정도 투자하는 게 좋겠어.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사랑은 계산이 되어버렸다. 사랑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며, 그 값에서 내가 준 사랑만큼을 제해준다. 그러면 남은 사랑은 이만큼. 곧 끝이겠군 하는 울적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감정이 어찌 셀 수 있는 값이 되었을까. 파이값이 그저 3.14로 쓰이듯이, 우리는 상수가 되어버렸다.
시간의 절대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과거, 현재, 미래를 바삐 오간다. 후회, 고통, 계산. 모든 게 다 시간을 무시하고 쉴 새 없이 우리를 스쳐간다.
모든 것을 다 주었더니, 당연한 줄 알더라. 나를 희생하였더니, 더 큰 헌신을 원하더라. 내 전 연애는 이러했다. 하나를 주면 그것은 기본값이 되고, 하나를 초과하는 값을 요구했다. 그래서 난 전부를 주었고, 난 혼자 남겨졌다. 난 내가 준 사랑을 후회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잘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 나약했고, 기억력이 좋았다. 내가 했던 행동 전부를 기억하고 분석했다. 나를 스스로 갉아먹었다. 그리고는 돌연 다짐했다.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도, 내어주지도 않기로.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을 했다는 것만큼 아픈 일이 없다. 모든 것을 쏟아 사랑을 했던 이는, 자신이 퍼부은 사랑만큼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니.
사내연애의 끝은 처참했다. 번아웃을 이유로 한 달간 연락을 피하던 그는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했다. 한 달 뒤 한국에 돌아오니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였다. 내가 너무나 작고 비참해 보였다. 내가 쏟은 노력, 시간, 그리고 그의 언약. 모든 게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새 사람과 내 근처를 어물거리는 그를 볼 때마다 화가 나기도,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별한 지 8개월이 다 되어가는데도, 배신감은 사라질 생각이 없다. 이후에는 누군가의 약속을 절대 믿을 수 없었다. 설탕 발린말로 나를 꾀어 다시 어둠 속에 가라앉힐 테니.
“내 과거는 이랬어. 난 상처가 많아. 너를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널 사랑해.” 이 말을 모두 한 당신은 위선자일까, 이해와 공감을 받을만한 사람인가?
당신을 위로해주어야 할까, 떠나야 할까. 내 면전에서, 너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을. 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줬는데. 당신이 바쁘니, 내가 할 일을 미리 해두고, 당신의 시간에 내 일정을 맞추었다. 밥을 굶을까 도시락과 간식을 만들어 챙겨주었다. 당신이 우울해할까, 내 감정을 억눌러가며 일부러 웃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널 믿을 수 없어.”. 전 여자친구에게 온 연락은 괜찮았다. 한데, 그녀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다는 당신의 말이 그렇게 날 아프게 한다. 나에겐 칼 같은 당신이. 그녀에게 온 최근 문자에 그녀가 당신을 만났던 3년 중 1년을 다른 남자와 함께였다는 고백을 듣고, 나를 만나 행복하다는 당신이 밉다. 사랑은 비교에서 왔던가?
연애가 순 어렵고 아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