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초승달을 보고 이런 시를 쓰게 될 줄이야

by 인해 한광일


날 저문 서쪽 하늘로
가냘픈 초승달이

달아나고 있다

북녘 하늘 아래엔
배고픈 아이들 많다던데

어딜 떠돌다 예까지 왔을까?


꽃제비 그 아이의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갈비뼈 같은 초승달

날 저물도록
장마당에 흩어진

낱알 한 톨 주워담지 못하고


예까지 흘러 든

꽃제비 그 아이의
동냥 그릇 같은 초승달

맘 착한 전설 속 선녀가

서쪽으로 향하는

발꿈치 뒤로


강냉이 한 그릇

급하게 흩뿌려 놓고

뒤돌아보길 간절히 바라는

은그릇 같은 초승달


바라보다 바라보다가

끝끝내 자본주의의 향기라며

눈길 거두고

움켜 쥔 뱃가죽으로


서산 넘어 가는 아이의

허리춤에 매달린

빈 양푼 같은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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