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웅의 목을 따 들고
아직 식지 않은 한 잔을 들이켰다는
천하의 관우도 못해 본 잔
하기사
평생 반주를 즐기셨던 아버님도
마지막까지 드신 것은
팔뚝으로 스며든 수액뿐이셨다
목이 말라서
출출해서
우울해서
기뻐서
반가워서
화가 나서
허무해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알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이유였던 한 잔을
평생 차려 내기만 하셨던 어머님
실은
푸른 보리밭 위에 바람 뒹구는 풍경을
예뻐라 예뻐라 하셨으면서도
생신 때 내미는 잔마저도
보리밭 근처에도 못 가는 걸 모르냐며
손사래치시던 어머님이
반 년나마
췌장암을 품고 지내던 마지막 날에
막걸리 한 잔 청해 모두를 놀래켜 놓으시곤
몇 번 입맛을 다셔가며
평생 처음 드시고 가신 최후의 한 잔은
끝내 안 풀리던 인생의 검불에
마지막으로 불을 지르신 건지
그게 아니면
희노애락애오욕의 소용돌이가
그때까지도 어지러우셨던 건지
끝내 대답이 없으셨다
종종 잔을 기울이면서도 나는
어머님의 마지막 잔을
도통 해석해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