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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Sep 25. 2022

타투 '나무'와 '무궁화'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사람에게 2022년 초부터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했다. 나와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8년 전에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있는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사실 8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고 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꽤 좋은 편이다. 그녀는 한국어를 더 공부하여 번역이나 한국어로 창작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지난 8월 초 한국어 석사과정을 위해 하와이로 떠나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와 한국어 공부를 하며 내가 몰랐던 입양인에 관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아래 글은 나와 그녀가 입양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후 과제로 그녀가 쓴 글을 수업시간에 나와 함께 다시 고쳐 쓰기 한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보여 주듯이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 아이들은 생부모나 뿌리를 찾기 위해서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한국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도 심해서 이 나라와(한국과) 자신과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입양된 나라에서도 외국인처럼 생활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외국인과 같은 생활을 한다. 그들에게는 모국이 없다.  
 한국 사람과 입양인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입양되게 돼서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부러워하는 마음, 이렇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입양된 나라에서 입양인들은 사회의 하층 계급의 일부라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입양된 나라의 양부모는 부자이고, 한국의 생부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입양된 후 항상 좋은 생활을 보내지만은 않는다. 그 아이들 중 양부모한테서 아동 학대를 당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입양인들은 입양가족한테서 어느 정도 인종 차별을 느낀다. 양부모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양부모들은 입양된 자식들이 새로운 나라에 잘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언어를 가르치고, 음식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입양인들은 자신의 모국의 문화와 언어와 이름을 유지하고 싶어 하며 그래서 귀국한 입양인들이 많다. 때로는 어떤 입양인은 생모를 찾았는데 그 생모는 자식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어떤 입양인들은 생부모를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듯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아직도 입양(입양인)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좋지 않다. 입양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토론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부자인 양부모를 만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편견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입양된 국가의 국적도 취득하지 못하고 추방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해외입양과 관련된 단체들이 많다. 해외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단체,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것을 막으려는 단체, 그리고 입양된 사람들이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며, 그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한국 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가 있다. 내가 봉사를 하고 있는 곳은 모국으로 돌아온 입양인들이 한국어를 습득하여 직업을 구하고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인데, 이번에 다른 관련 단체와 협업하여 해외 입양인 중 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15명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부모 찾기 및 한국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공항 픽업과 한국어 수업, 그리고 뿌리 찾기 프로그램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2022년 입양인 한국방문 홍보 책자

 19일 월요일 아침 7시,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오는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며 11시간이 넘게 비행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모국을 떠난 후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너무 기대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47세인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입양되었으며 현재는 독일에서 남편, 그리고 세 아이들과 살고 있다.

그녀가 즐긴 한국의 식사


 좋아하는 한국의 음식에 대해 묻자 딸이 채식주의자이지만 자신은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불고기와 김치, 그리고 김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광화문 근처에서 무궁화를 보게 됐는데 그녀는 내일 무궁화 타투를 하기로 예약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왼쪽 손목에 있는 ‘나무’라는 타투 글씨를 보여 주었다. 내가 그녀에게 타투 ‘나무’의 의미를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저는 왠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옮겨 심어진 나무라는 느낌이 들어요.”

 가슴이 찡했다.

그녀가 손목에 새긴 무궁화 타투

 자신이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입양인마다 다르다고 한다. 자신이 한국에서 버려져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 하고 자신의 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만난 그녀는 처음 방문하는 모국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독일에서 책을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전에는 서점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하며 책을 판매하는 일을 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 도서 판매 관련 일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 방문할 계획이며 독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어 책을 몇 권 사고 싶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파파고에 의지해서 겨우 인사말 정도를 하는 한국어 실력이지만 언젠가는 한국어를 공부해서 꼭 자신이 사 간 책을 읽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머무는 호텔에서 가까운 광화문 교보문고 방문을 권했더니 시간이 되면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어제와 오늘 그녀는 북촌, 청계천, 젊음의 거리, 그녀가 먹고 싶어 했던 된장찌개와 불고기, 그리고 교보문고 등 서울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나에게 보내왔다. 오후에는 광장시장을 간다고 하여 그곳에 가면 빈대떡 먹어보라고 추천했다.

그녀가 방문한 광화문 교보문고

 이번에 15명의 입양인들이 그들의 뿌리(어머니 혹은 가족)를 찾기 위해 모국을 방문했지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작년에 15명 중 2명이 가족을 만났다고 한다. 이처럼 그들이 가족을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비록 그녀가 이번 방문에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모국에서 따뜻한 추억을 마음 가득 담아 가기를 바란다. 내가 만난 그녀는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었으나,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분의 말씀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입양인 가족 찾기 프로젝트의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입양인들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된다.

 북촌을 둘러볼 때 한복을 사서 독일로 돌아간 후 한국이 생각날 때 입어보고 싶다고 한 그녀는 어떤 한복을 골랐을까? 한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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