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하고 외로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포근히 안아봅니다.
나이를 먹으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이 없어지는 건지, 숨겨두었던 서투름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즘 들어 부쩍 사소한 일에도 마음 한구석이 삐죽하니 서운함으로 물들곤 합니다. 그럴 때면 ‘나도 이제 정말 나이를 먹나 보다’ 싶어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집니다.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손녀의 하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코끝이 찡해지는 겨울바람 속에서 시간에 맞추어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아이는 반가운 기색도 없이 툭, 무심한 말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오늘 왜 할머니가 왔어?” 늘 내가 하던 일이었는데, 왜 그러지? 갑자기 서운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고요해진 거실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아이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 독감을 앓으며 오늘 학교에 가기 싫다며 칭얼대던 그 작은 얼굴. 아이는 그저 아픈 몸과 마음을 엄마 품에 기대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 여린 진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돌이켜보니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자주 서운함이 고개를 드는 건, 아마도 내 안의 내가 꽤나 외로웠나 봅니다. 아닌 척 고개를 저어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외로움 하나쯤은 안고 살아가는 법이니까요. 어떤 날은 마음이 충만하게 차오르다가도, 어떤 날은 뼛속까지 시릴 만큼 사무치게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긴 숨을 내뱉어보아도 가라앉지 않고. 달콤한 빵 한 조각에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이면 나아질까 싶다가도, 그마저 귀찮아져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영화 한 편에 기대어 무거웠던 마음을 조금 덜어내 봅니다.
삶은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한 것인데, 저는 왜 이리 ‘설렁설렁’ 사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서운할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 내면의 아이를 자꾸만 다그쳤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만 저를 다독여주려 합니다. 제 손을 꼭 잡아주고, 처진 어깨를 감싸며 나직이 속삭여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서운하면 서운한 대로,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그 모습도 지금의 너야. 꼭 괜찮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고 나니 입안에 박하사탕을 머금은 듯 가슴 속이 화-해지며 시원한 바람이 지나갑니다. 예순아홉의 나. 저는 오늘도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흔들리며, 그렇게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출처 : 픽사베이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