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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Christmas

싱가포르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법

by Flying Angie

싱가포르에 살다 보면 계절의 흐름이란게 모호하게 느껴진다. 연중 기온은 늘 덥고 습하며, 어딜 가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실내로 들어가게 되니 자연의 변화를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국에서는 계절의 감각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가 많다. ‘저번 가을에는 가족들과 설악산을 갔었지. 그럼 그게 10월 중순쯤이었겠구나.’ 하며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일 년 내내 여름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이 언제쯤 일어난 건지 도통 생각해 내기 쉽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도 한국에서 느끼던 그 설렘이 살짝 희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그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먼저 온몸을 감싸고, 길거리에는 따뜻한 조명을 두른 트리가 하나둘씩 등장한다. 붕어빵 냄새가 골목마다 진동하고, 겨울 코트를 꺼내 입으며 “아, 이제 정말 연말이구나” 하고 실감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정서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연말이 다가와도 길거리 온도는 여전히 덥거나(Hot) 더 덥거나(Hotter) 가끔 비가 내릴 뿐이다. (Rain)


물론 싱가포르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의 화려한 조명 장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쇼핑몰들은 경쟁하듯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들을 설치하며, 연말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각적인 변화만으로는 북반구에서 느끼던 그 체감적인 설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공기 속에 스며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감각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가 무미건조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친구들과 루지(Luge)를 타거나, 센토사 해변에서 특별한 야외 파티를 열기도 한다. 쇼핑몰에서 연말 쇼핑을 즐기고, 연말 세일에서 득템의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속엔 계절의 변화가 빠져있다. 추운 날씨에 두꺼운 코트를 껴입고 따뜻한 카페를 찾아 들어가는 경험. 따닷한 전기장판속에서 귤을 까먹는 경험은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운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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