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자기표현

해야할 말을 연습해보다

by 마음작가

독립으로 인해 퇴근후 아버지의 술주정이 없는 삶은 그녀를 부쩍 안정되게 만들었다. 그녀가 걱정하던 것보다 의외로 아버지와 단둘이 남은 어머니도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셨고 두분도 서로를 의지하며 그럭저럭 잘 지내셨다.


주변에서는 본가에서 직장도 그리 멀지 않은데 왜 독립해서 사냐고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성인이 되었으니 독립을 해보고 싶었다고 간단히 말할 뿐이었다. 그녀는 해가 잘 드는 원룸 창가에 작은 개운죽을 컵에 담아 길렀다. 작은 초록이들이 그녀를 맞이해주는 것이 좋았다. 프레임도 없는 매트리스 밖에 없는 작은 방이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고 그녀 손으로 직접 가꾼 깔끔한 방이 마음에 들었다.

가정에서 매일 받아왔던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인한 불안감에서 벗어난 그녀는 이제 상담사와 함께 직장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말들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 지금은 급하고 중요하게 해야할 일이 있으니 그 일은 좀 조정해달라는 표현, 이것은 지침에 의해 어쩔 수 없다는 거절표현 등을 해보았다.


불편한 일에는 자신의 감정을 너무 숨기지않고 말과 표정으로 드러내보는 것 등 그녀는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며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더이상 억누르지 않는 것을 시도했다. 때로는 자기표현이 익숙치않아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을 참지않고 말한다는 것이 과하게 주장한 듯 하여 오해를 산 적도 있지만 그녀는 점점 그녀다움을 찾아나갔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입장을 밝히자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이해해주고 협조해주었다. 그동안 말해봤자 해결되는 일이 없을 거라며 무력하게 살아왔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보다 말해서 얻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은 좀더 부드럽고 설득력이 있어야하며 상대의 의견과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함을 배웠다. 어떤 일이든 단번에 되는 일은 없다. 서서히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하며 건강한 소통법을 알아가야하는 것이다.

상담과 약물치료도 보조하며 그녀는 서서히 표정을 찾아나갔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과도히 살피며 모든 요구를 들어주려는 과거의 모습을 내려놓기로 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기로 했다. 억누르다보면 삶을 놓고 싶다고 여겨질만큼 큰 부작용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유이다.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자기 자신도 살피고 보살피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나로 살아가야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얻게 된 자유. 고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소음이 사라진 현재가 좋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나갈 수도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 책, 음식 등.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던가. 그녀는 하루 가운데 소소한 만족을 찾는 일을 시작했다.


향긋한 커피 한잔을 두고 ‘미움받을 용기’라는 아들러 심리학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조성진의 피아노협주곡에도 마음이 울렸다. 더운 여름 초록잎을 닮은 티코스터 위에 놓인 얼음 가득 담긴 유리잔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졌다. 붉은 빛의 시원한 자몽에이드를 들이키며 달달하고 상쾌함에 기운이 났다. 싱싱한 바질이 들어있는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 때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을 느끼며 행복감에 젖었다.


치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무리하며 고단하게 살고있는 나를 스스로 위로하며 작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 자주 선물해주는 것으로도 많은 부분 치유가 일어났다. 독립과 함께 그녀는 그렇게 소소하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만의 힐링레서피를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