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이후 눈에 띄게 밝아지고 생기를 찾아가고 있던 그녀는 상담사의 권유로 자신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자신이 살기 힘들고 괴롭다고 표현하는 것에 비해 과제 수행은 잘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생각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일시적 우울을 겪었지만 그녀는 힘든 상황에서도 잘 견뎌왔고 특히 독립과 상담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많이 회복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수용하고 유연하게 표현하며 여러 압박감을 여유있게 넘기는 것은 아직은 그녀에게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점 나아질 것을 기대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녀는 종합심리검사결과 지적 능력이 최우수 수준이며 이해와 판단력, 현실 검증력이 뛰어나고 매우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객관적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를 병든 가정 상황 탓으로 돌리거나 현실을 비관하며 삶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알맞은 방향이 아니었다.
당장 부담감이 높은 여러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문제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절히 대처하는 자세를 길러가야한다.
그럼에도 새로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때문이었을까. 꽤 오랜만에 다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속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일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구나. 많이 부담되어서 어딘가로 피하고 싶었나보나.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압도되지말자. '
'막상 닥치면 해결방법을 찾고 하나하나 해나가면 될테니까.'
'끝까지 버틴 자가 용기있는 자라고 하잖아. 너무 잘하려고 하지말고 마음 편안하게 가져보자.'
이렇게 부담되는 과제에 정서적으로 압도되어 괴롭고 불안이 높아질 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이는 연습을 했다.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그녀 마음안에 드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때론 빼곡하게 글로 감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컷 자기연민을 쏟아내기도 하고,
막막하고 뒤얽힌 감정들을 노트에 토해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진정되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여전히 가끔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과도하게 고민하며 타인에게로 자신의 삶의 중심이 옮겨지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 두려움에 잠 못드는 밤을 보내며 몸서리치기도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결국 지나갈 것이니 하루라는 시간들을 꿋꿋이 버티며 해야하는 일들을 작은 일부터 그저 해나가기로 하며 중심을 잡았다.
그렇게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그녀에게서 서서히 은은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그녀에게는 어딘가 모르게 우울함과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고, 그녀의 가벼운 웃음 속에도 눈물이 베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두꺼운 흙을 털어내고 그 안에 있는 보석을 발견하듯 내면을 마주하며 새로워지고 있다.
서툴더라도 마음속 이야기를 표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노력. 자신의 감정도 소중히 여겨주며 스스로를 수용하는 태도. 좋아하는 소소한 것들을 미루지 않고 누리는 것 등이 그녀를 어둠에서 나오게 해주는 마중물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않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령 미움받더라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아보는 용기를 가지고,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싶어졌다. 마치 이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은 계획대로 되지않을 것이고, 뜻하지 않는 일들 앞에 삶의 의지가 꺾이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반응만큼은 점점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 괴롭더라도 주어진 길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그리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