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이루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다

by 마음작가

이렇게 자연스러운 소통이 어려운 상태로 직장생활을 했으니 그녀의 삶에 탈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사나 직장동료가 부탁하는 일은 왠만해선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일 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결국 직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는지 모른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쿨하게 일을 맡아서 능력있게 잘해내는 이미지로 비춰졌지만, 그녀 자신은 크고 작은 일들을 혼자 다 끌어안고 해내느라 스스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적당히 다른 부서나 다른 사원에게 맡길 일은 맡기고 합당하지 않은 일은 유연하게 거절하며 영역을 지켜 자신의 핵심적인 업무에 역량을 더 쏟아야 할 터였다. 그러나 소통에 있어 위축되고 자기표현이 서툴렀던 그녀는 본인은 타부서나 다른 직원의 부탁을 받아놓고 자신은 협조를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너무 힘들면 직장을 잠시 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해방감이 있었을텐데, 그녀의 소득은 집안의 큰 보탬이었고 대기업취업은 부모님의 자랑이기도 했기에 그녀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힘들어하는 자신을 이것도 못견디는 나약한 인간이라며 스스로 더욱 비난하고 자책했다. 어디에도 그녀가 쉴 수 있고 피할 수 있는 출구는 없다고 느껴졌다.


어느날 그녀는 그날도 힘든 업무를 맡아 늦게까지 씨름하느라 저녁도 못먹고 기진맥진해져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집에 계시던 아버지와 저녁상을 마주하고 같이 앉아 지친 몸으로 겨우 밥한술을 뜨고 있었다. 오늘은 부디 술주정을 하지 않아주시길 바라던 그녀의 바람과 달리 그녀의 아버지는 옆에서 소주를 빈잔에 채우고 마시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술이 어느정도 취해 술기운이 올라오자 아버지는 그녀에게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하셨다. 아버지와 같이 일하는 어느 집 딸은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아빠에게 차를 사줬다면서, 갑자기 그녀를 향해 화를 냈다.


‘너는 대학까지 공부시켜놨더니 아버지 차도 안바꿔주고 뭐하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돈이 조금 모일 때마다 집의 여러 필요들을 채웠고, 최근에는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번 돈을 전부 내놓은 그녀였다. 이제 아버지 차도 사드려야한다는 억지에 이래저래 사방에서 쌓인 압력은 그녀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그만 좀 하세요!'라고 말하고 그녀는 식사자리를 박차고 집밖으로 나갔다. 더이상 이렇게 힘든 일상을 참기만 하며 살 수는 없었다. 이제 이 집을 나가서 독립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숨 쉬고 싶었다. 이미 본가에 그동안 번 돈이 다 들어갔기에 그녀는 가장 월세가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고 보증금은 대출로 마련했다. 살림살이는 최소한으로 장만하고 그녀는 그렇게 직장주변으로 사는 곳을 옮겼다.


상담전에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오빠도 없는데 불쌍한 엄마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 직장까지 통근을 못 할 거리도 아닌데 집을 나오면 드는 비용이 낭비라는 생각, 결혼이 아닌 독립은 불효인 것 같고 이상하다는 여러 이유로 그녀는 감히 독립을 꿈꾸지 못했던 것이다.


상담사가 직접적으로 독립을 권유하지는 않았다. 직장에서의 압박도 큰데, 퇴근하고도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인해 쉴 수 없다고 하니 성인이 되었는데 독립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냐는 질문을 제기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며 그녀가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녀는 그동안 그녀에게 주어지는 상황이나 관계들을 그저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맞추며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자신에게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독립의 결정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하여 그녀의 작은 몸이 편안히 쉴 작은 방한칸을 마련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