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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요나 Aug 24. 2022

우울에 관하여 1

우울증과 약






나는 오래전부터 우울증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무기력증이 극심해지고 생체리듬이 산산조각나고 악몽을 꾸는 등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약을 끊을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 학습된 중독처럼 나는 두려움과 불안에 차서 약을 챙겨먹는다.  


약을 먹기 전의 상태보다 약을 복용하다가 갑자기 약을 끊은 상태가 우울증에는 오히려 위험하다. 약을 끊으려면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하지만 약에 의존하게 지금은 약을 줄이는 것도 불안감으로 인해 쉽지가 않다. 


하지만 약의 궁극적인 효과는 우울에 깔려 죽을 정도로 무거워질 때 그 무게를 약간 버틸 정도로 내 마음의 고통을 둔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그친다. 우울증 약도 결국 마약이나 진통제와 비슷하다. 


나는 우울증이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루에 백번 이상은 죽고 싶다는 신호를 뇌로부터 전달받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호가 암세포처럼 정신에 퍼져서 천번 만번 죽고 싶다는 반복된 생각으로 그 세뇌에 완전히 빠지면 자살에도 이를 수 있는 마음의 암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우울증 약은 임시방편이며 우울을 치료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외의 방법으로 우울을 낫게 했다는 운동이나 산책, 사람과의 교류, 활동은 잠시 나를 우울증 환자가 아닌 애써 밝게 지내게 만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강한 반동의 우울이 나를 덮치고는 했다. 


치료의 목적이 아닌 우울의 무게를 덜기 위한 일단의 독백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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