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들 Jan 30. 2022

맥가이버를 아시나요?


남편과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지구 반대편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전혀 다른 유년시절,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끔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나는 미드도 별로 안좋아해서 ‘프렌즈’, ‘로스트’같은 유명 작품들도 제목만 알 정도다. 나이 차이도 5살 정도 나기 때문에 가~끔 세대차이를 느낄 때도 있다. 시부모님들과는 어떻겠는가. 우리는 세대 차이, 문화 차이 덩어리여서 공통된 대화 거리를 찾는 것이 정말 힘들다. 가족끼리 다같이 대화할 때 최대한 나를 소외시키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시지만 미국의 TV스타나 옛날 TV쇼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그럴땐 그냥 영어 공부하는 셈치고 앉아있지만 가끔은 나도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날도 귀는 열고 입은 다문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시엄마의 문장이 귀에 꽂혔다.


“Yea. He MacGyvered them.”


응? He MacGyvered them? 그가 맥가이버했다고? 맥가이버는 사람 이름인데 원래 맥가이버가 동사였나?


“맥가이버는 사람 이름 아니에요? 원래 동사였어요?”


“Oh, do you know MacGyver?”


“당연하죠. 노란 꽁지머리에 어떤거든 다 고치는 아저씨 말하는거 아니에요?”


“Wow. 그래 맞아! 어떻게 맥가이버를 아니?”


“제가 어렸을 때 한국에서 맥가이버가 엄청 유명했거든요~ Tv에서도 방송하고.”


“맥가이버가 한국에서도 방영을 했었구나! 맞아. 원래 맥가이버는 사람 이름인데 그 사람이 너무 유명해져서 나중에는 맥가이버처럼 모든걸 잘 고치는 걸 ‘맥가이버한다’같이 말하게 됐단다.”


아마 MZ세대들은 모르겠지만 한때 ‘맥가이버’라는 사나이가 한국을 휩쓸던 때가 있었더랬다. 나도 미취학 아동일 때여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란 꽁지머리에 드라이버 하나로 모든걸 고치던 엄청난 아저씨였던것은 기억이 난다. 맥가이버가 방송될 당시 신생아였던 남편은 맥가이버가 뭐야?하는 얼굴로 우리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짜식.


“맥가이버말고도 두기!
천재소년 두기도 유명했어요!”



신이 난 나는 알고 있는 모든 미국 드라마를 끄집어냈다.


“Oh! Doogie Howser? Neil Patrick Harris?”


“닐 패트릭 해리스? 그 사람은 ‘나를 찾아줘’에 나온 남자인데?? 오마이갓. 그 사람이 두기에요?!?!”


“그래 맞아. 하우멧의 ‘바니’도 Neil Patrick Harris야!”


“헐?!?”



우리는 한참동안 두기와 맥가이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평생을 보낸 시부모님과는 영영 공감대를 형성할  없을  알았는데 어릴적 뭣모르고 시청했던 TV 하나가 이렇게 도움이  줄이야. 최초로 남편없이 시부모님과 공감대를 형성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대중문화의 힘이 이렇게 큰거였구나. 고마워요 맥가이버.





매거진의 이전글 #19 영화 <듄> 감상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