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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Feb 02. 2022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내 취미는 남편에게 한국어 알려주기다. 허접한 영어실력이지만 내 나름의 영어로 남편에게 새로운 한국어를 알려줬을 때 오는 성취감과 남편의 반응을 보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지난번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거운 쇼핑백을 남편이 혼자 드는게 미안해서 손잡이를 나눠서 함께 들어주려고 하는데 남편이 한사코 거부하는거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댔어. 같이 나눠들자! 라고 말하고 싶은데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오늘은 이 속담을 알려줘야 겠다.


“남편. 한국엔 이런 속담이 있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자, ‘백’이 영어로 뭐야?”


“100? Hundred?”


“… hundred도 맞는데 백은 ‘백인’할 때도 쓰잖아. white people. 암튼 백은 white이야.

자, 그럼 ‘지’는 뭘까?”


“지…? 땅?”


(연속 오답이지만 ‘지’가 땅이라는 것을 아는 것도 놀랍다)


“아니… 땅도 되는데 A4용지, 편지처럼 지는 paper야. 그러니까 백지는 white paper겠지?

자, 그럼 ‘들다’는 뭘까?”


“들다…? Listen?”


“휴… 아니 listen은 ‘듣다’고. ‘들다는 Carry, pick up. ‘맞’은 together.”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면 포기하는데 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 ‘낫다’는 뭘까?”




“낮다…? Low?”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다 틀릴까. 이것도 능력이다)


“그건 ㅈ받침이고.

ㅅ받침의 낫다는 better야.

자, 이제 내가 다 알려줬지? 자 그럼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무슨 뜻일까?”


“… picking up a white paper is good…?

I don’t know.”


“휴…그러니까 이 말은 종이 한 장이라도 같이 들면 더 가볍고 좋다,라는 뜻이야~”


“What? 종이 한 장을 왜 같이 들어?? Stupid.”


“그냥 말이 그렇다고. 메타포 메타포.”


“It’s better together. 영어가 훨씬 쉽고 simple함.”


“뭐래 어쩌라고. 암튼 쇼핑백 나눠서 같이 들어. 백지장도 맞들면 나으니까.”


“We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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