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람입니다

- 그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by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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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수많은 ‘소리’와 만난다.

알람 소리, 물 쏟아지는 소리, 문 닫는 소리, 경적 소리...


사람들이 모인 곳일수록 소리는 많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몰두하는 대중교통 안에서도 누군가는 큰 목소리로 통화하고, 모두의 편의를 위해 기계음과 안내방송은 수시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소리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상사의 목소리가 누구를 향해 있는지, 전화통화에서 내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온몸으로 소리를 맞을 수밖에 없는데(타자 치는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전화벨 소리, 진동소리,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 그 피로도가 나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친구가 수업시간에 볼펜을 자꾸 똑딱거려요.", "옆자리 동료 타자 소리가 너무 큰데 제가 예민한 걸까요?").


나 또한 소리를 넘어 소음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다. 모든 행동에 소리가 동반되거나, 과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며 화가 난 것인지 신경 쓰이던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의연해지고, 나름의 대처 방법도 생겼다.


그럼에도 되도록이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로부터 멀어지고 싶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주 실패한다.


누군가가 내는 소리, 말 습관, 크고 작은 소리들이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사람들과 더 친밀히 지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는데 집중하다 보니 누구보다 소리를 잘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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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원하는 소리로 원하지 않는 소리를 지우기도 한다.

새 지저귀는 소리,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지나가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아이들 웃는 소리를 좋아한다.


시끄러움보다는 적막함을, 적적해도 고요한 공간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기꺼이 들을 수 있는 힘을 충전한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큰 소리 내지 않아도 수많은 소용(所用)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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