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리 다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
시골에 사는 특성상 작은 캐리어를 들고 대도시에 갈 일이 많다. 볼일도 보고, 기분전환도 할겸 숙소를 예약하고 며칠씩 묵는다. 대개 호텔에서는 샴푸나 바디워시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순간부터 내가 평소 집에서 쓰는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클렌징폼을 바리바리 다 싸가지고 다닌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샴푸와 트리트먼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너무 뻣뻣해서 내 머리카락이 아닌것같은 느낌이 든다. 잘 안닦여서 기름도 금방지는 느낌.
난 분명히 친구들을 만나서 그동안 못했던 얘기들을 하고, 볼일을 보고, 시골에는 없는 것들을 구경하고 도시를 즐기러왔는데, 온 신경이 머리카락에 가서 아무것도 즐길 수 없었다. 어쩜 머리카락이 이렇게 인형머리같은지 이건 내 머리카락이 아니다. 지금 도시에 있지만 얼른 집에가서 내 목욕용품으로 샤워를 해야 속이 시원하겠다. 거창하게 간 도시에서 아무것도 즐기지못하고 집에와서 제일먼저 샤워를 한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지만 내 목욕용품들로 정성스레 샤워를 하고나면 너무 이 느낌, 이 촉감이다. 그럼 다시 도시를 즐기지 못한게 조금 후회되곤한다.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익숙한 느낌과 촉감이 제일 중요하다. 누구는 너무 유난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그들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정도로 정의해야겠다. 나만의 익숙한 느낌, 나만의 익숙한 촉감에 둘러쌓여 살면 된다. 그렇게 편하면 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