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따뜻함의 에세이

헬스장에서도 스트레스받는 사람

by 여름

헬스장을 끊었다. 가자마자 일년치를 끊었다. 이건 내 잘못이였다. 헬스장 가기 전에 남들처럼 운동복도 사고, 블루투스 헤드셋도 사서 초반에는 열심히 운동을 다니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갈수록 ‘남들이 헬스장 다닌다는게 이런건가..?’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졌다. 나는 교대근무를 하는사람이라 내 스케줄에 맞춰서 헬스장에 방문하지만, 보통 퇴근 후 시간에는 헬스장이 꽉 찬다. 기계를 쓸때 눈치를 봐야한다. 괜히 이것저것 신경쓰이는게 많고 안보이는 기싸움을 하려니 너무 지쳤다.

내가 이렇게 태어난 사람이라는걸 그냥 인정했다.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헬스장을 나갔다. 머리로 치열하게 계산해서 나가는 것부터 지치고, 혹시 사람이 많을거라고 생각되면 긴장도 됐다. 왜 나는 남들처럼 그냥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게 아니라, 몇시엔 사람이 많아서 안되고 지금쯤은 괜찮겠지 생각하며 조마조마 헬스장에 나갈까. 나만 인생을 복잡하게 살고있는것같아 뭔가 한심하다.

그치만 내 루틴을 찾은 뒤엔 런닝머신을 뛰면서 체중감량도 많이 하고, 힘든데도 계속 뛰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져버리는 ‘러너스하이’도 경험해보고, 런닝이 너무 너무 좋은 경험도 했다. 아침에 런닝을 뛴 날이면 하루가 활기가 돌았다. 그 말이 무슨말인지 쏙쏙 이해가 되었다. 이런게 꿀잠이구나 하는것도 느꼈다. 잠도 그냥 자는게 아니라 수면의 질이 얼마나 다른지 느꼈다.

이렇게 좋은데, 시골동네 특성상 헬스장에서 모든 동네사람들을 다 만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시골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 일하기때문에 오며가며 아는사람이

꽤 많은편이였다. 언젠가부터 헬스장이 제2의 병원같아졌다. 일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게 불편하다. 내 옷도 신경쓰이고, 내 자세도 신경쓰이고… 그치만 그들은 나를 신경도 안쓰겠지만. 그냥 내가 이런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집에서 홈트동영상을 보고 따라한다. 런닝은 아니지만, 내 호흡 하나하나에 더 집중해서 운동한다. 비싼 기구는 하나도 없는 맨몸운동이지만, 헬스장보다 마음이 훨씬 편하다. 스트레스받으면서 헬스장에 갈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 아주 사소하고 소소하지만 이렇게 내가 내 마음을 신경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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