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아이가 깨어나기 전에 출근하고, 일하다 보면 아이가 등굣길에 나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나 지금 학교 가려고 나왔어."
"오늘도 일찍 가네? 아침은 잘 먹었어?"
"응, 집에 있으면 심심해. 그냥 교문 앞 벤치에 앉아있다 들어갈 거야."
이게 요즘의 주된 대화로 딱히 내용은 없다. 나는 엄마와 이런 식의 용건없는 통화를 해본 적이 없는데 우리 아들은 일상을 트윗하는 식의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
그런 평범한 어느 날, 여느때처럼 등굣길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지금 나가. 그런데 개구리가 없어졌다? 할머니랑 찾아봤는데 아무 데서도 안 보여."
"뭐라고!?"
아이가 주워와서 키우던 올챙이 중 한마리가 어제 앞다리가 났길래 오늘 풀어주기로 했었는데 그 개구리가 없어졌단 소리였다.
아이는 침착했고, 나는 울 것 같았다. 그럼 그게 어디에 갔단 말이니.
우리집 어딘가에서 곧 말라 죽고, 날이 덥고 습하니 썩을 테지? 꺄악 꺄아악.
시터 할머니는 개구리가 워낙 작아서 집구석 어딘가에서 죽어도 썩지는 않고 그냥 마를 거라고 위로해주셨다. 도수치료 선생님도 예전에 본인 집 창고를 정리하다 개구리 시체를 발견했는데 미라처럼 말라있었다고 했다. 갓 성체가 된 개구리는 내 새끼손가락 한 마디가 될락말락한 크기였기에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퇴근 후 집에서 손전등을 들고 소파 밑, 냉장고 밑, 침대 밑 등등 온갖 구석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그 개구리는 찾을 수 없었다. 구석지에 빛을 비출 때마다 뭔가가 튀어나올까봐 두려운 동시에 아무것도 없을까봐 두려웠다.
아이가 아파트 앞 인공연못에서 건져온 올챙이가 세 마리 있었는데 제일 큰 녀석은 이미 앞다리가 난 걸 보고 방생했고 이번에 탈출한 건 두번째로 큰 녀석이었다. 그래서 뚜껑없는 어항엔 아직 올챙이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혹시 저 올챙이가 잡아먹은 거 아닐까?"
"엄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돼."
"너무해!"
이틀 정도는 문 뒤라든지, 쇼파 밑이라든지, 화장실 변기 옆이라든지 하는 구석진 곳들을 지날 때마다 찜찜하게 눈길이 가고 발길이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개구리가 생각나는 빈도는 낮아졌다. 이따금 떠오를 때도 별일 아니리라, 어쩌면 하수구를 통해서 우리집을 탈출했으리라, 못 나갔더라도 미라가 되는 중이리라 그냥 믿게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난 이번주 수요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몸집이 두툼한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보통 똥파리라고 부르는, 녹금색 번들거리는 등판을 가진 금파리였다. 아들은 내가 살충제를 허하자 너무나 열중하여 파리를 잡아댔는데 ('엄만 물러나 있어!') 처음엔 하지 말라고 하다가 세탁실 안에서 파리 다섯 마리를 목격한 뒤 동물에 관해서 무엇이든 - 살충제로 잡는 것조차- 좋아하는 아이에게 의지하기로 했다. 그날 잡은 게 열 마리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하고 와서 또 여섯 마리. 금요일에는 다행히 한 마리도 없었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해충방역업체를 예약했다.
증거는 없지만 역시 개구리 때문이겠지? 이것 또한 어린 동물애호가와 살아가는 엄마로서 감당할 일인가보다. 그래, 해충박멸 한 번 제대로 한 면 좋은 거지, 뭐.
다행히 업체에서 오신 분이 정황상(우수관, 하수구 등에 문제가 없고 음식물쓰레기도 잘 관리되고 있고 등등) 파리가 집 어딘가에 있는 개구리 사체에 알을 깐 게 맞는 것 같지만 이틀째 추가로 나온 파리가 없고 집 안에 서식지도 없는 걸 보면 그 사태는 이제 종료됐을 거라고 확인해주셨다.
손톱만한 생물을 고작 2~3주 키워도 이런 파장이 있다. 여러모로 나는 집에서 뭔가를 키우는 게 싫은데 지금도 우리집엔 올챙이 한마리와 장수지네 한 마리가 있다. 정말, 사랑은 오래 참고... 그렇다.
그 밤에 탈출한 개구리는 어디에 갔을까. 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