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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하겠단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나무를 심고 싶은 이유

지난번에 기후변화에 대해 쓰고 보니, 내가 나무를 심어 인류를 구하겠단 거창한 생각을 한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는 목숨을 걸고 숲을 지키고 나무를 심었다. 그녀는 2004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사실 나는 뭐 그렇게 거창한 걸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나라의 학교 운동장에 으레 나무가 있듯이, 좋은 아파트엔 멋진 조경이 있듯이 도시의 중앙분리대에 나무가 있듯이,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땅에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내가 본 아프리카의 집들과 학교들은 황량했다. 그냥 황톳빛 땅에 앙상한 벽돌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프리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안에서도 백인이나 한국인들이 사는 타운 하우스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었다. 아프리카는 오히려 더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곳이었다.


내가 여러 차례 가 본 남아공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정말 기후가 좋은 곳이다. 그곳엔 남한 크기만 한 숲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데 왜 그 학교들엔 나무 한그루가 없었을까? 아프리카는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나무를 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봉사를 가서 한 번의 약을 주고 돌아오는 것보다 나무를 심어주고 꽃을 가꾸도록 해주면 어떨까? 남아공은 총기 살인이 많은 곳이다. 만약 학교에서 나무와 꽃을 길러본 적이 있다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누군가를 총으로 쏠 수 있을까?


그런 거창한 생각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나무를 심으면 예쁘니까, 꽃을 심으면 예쁘니까, 도시가 예뻐지니까... 나는 예쁘고 정돈된 것이 좋다. 그런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 테니까...


나무 심는 것을 허락만 해준다면 학교 울타리에 나무를 심어주겠다. 나무에 줄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일단 나무를 심어 보면서 해결책을 찾아볼까? 안되면 선인장이라도 심어볼까?


남아공은 물 부족 국가이다. 몇 해 전에는 물이 부족해서 샤워시간도 제한하고 애를 먹은 적이 있다.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 결국 지하수도 생기고 물 부족도 해결되지 않을까?


왜 먼 나라에, 내 땅도 아닌 곳에 나무를 심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그 엉뚱한 곳에 가서 나무를 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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