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수는?
*2026. 2. 5. [라라크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고수의 향기-
"느 이거 한 입만 무 보래이"
"안 무"
"그래 음식 가리 뭄 느 큰고모 맨치로 키빼기 안 큰데이"
"피이 뭐 언제는 손이랑 발이랑 커서 키 클거라고 해 놓곤"
"이잉 암꺼나 잘 무야 키빼기가 크지 가마이 있음 어디 큰대?"
어렸을 적 제가 많이 들었던 말은 편식 대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할머니의 예언처럼 저는 크다 말았고, 그저 손발만 큰 온 가족을 통틀어 가장 작은 키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두 아이에게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골고루 먹였으면 하는 욕심에 저를 꼭 닮은 짓을 하는 아이들에게 강요로 음식을 먹인 적도 많았습니다. 요리사는 안 먹으면서 너희들은 다 먹으라니. 너무 웃픈 얘기지요?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지만 그나마 한줄기 위로가 되는 건 아이들은 작은 키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편식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이유는 너무 다양해요. 냄새가 맘에 안 들어서, 색깔이 맘에 안 들어서, 모양이 맘에 안 들어서,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배부른 소리를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부끄럽기도 해요. 저도 사람인 걸요 ^^;
그랬던 26년도 1월 제 입맛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진 속 고수입니다. 저도 제가 하루아침에 돌변할 줄은 몰랐어요.
우습게도 변화의 시작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눈으로 밀어내고 기억에만 가둬 두었던 맛과 향을 에라 모르겠다 진지하게 맛보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질색팔색하던 고수가 입에 착 달라붙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밥상에 고수 초무침이 올라오고 저는 신나게 하하 호호 웃으면 작은 아이가 질색을 합니다.
"엄마 고수 먹을 때는 말하지 마"
고수 사건을 통해, 고수를 통해 다시 한번 삶을 돌아봅니다.
끝까지 귀를 닫았으면 절대 몰랐을 맛. 기억 속에만 가둬 둔 나만의 쓴 뿌리들, 응어리들...
고수 사건을 통해, 고수를 오물거리며 생각합니다.
고수의 향기처럼 제 삶도 하수가 아닌 고수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향기면 좀 곤란하겠죠? 파란 풀잎도 제 몫을 잘 하고 사는데 저도 깜냥껏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그리고 라라크루 식구들께 여쭙니다.
어떤 분야에 하수가 아닌 고수의 향기를 품고 싶으신가요? 이미 다들 잘 살고 계셔서 배우고 싶고, 부럽기도 한 님들이지만 살짝 들려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