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리 고3이지만 갈길이 아직도 멀다고,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된다고 정신줄 꽉 잡고 놓치지 말라며 놀리고 그런 나에게 아이는 이 깨구리가 몇 살인지 아냐며, 무려 10,500살이나 되었다고 설명을 해주었는데 뭔 깨구리 나이가 그리 많은 건지...
군 휴가를 나온 큰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한 일정에 동생이 좋아하는 깨구리 장난감 조립품을 사 왔고 나를 제외한 셋은 열심히 조립을 마쳤고 그 결과물이 대문 사진이다.
첫 아이가 여섯 살 때 푹 빠졌었고 둘째가 열여덟 살 후반부터 푹 빠져 있는 이 캐릭터는 만화 주인공 "개구리 중사 케로로"인데 암만 내가 낳았다 해도 십 년이 훨씬 넘는 시간 차를 두고 두 아이가 같은 캐릭터에 빠져 있는 것도 신기하고 큰 아이는 아직도 상병인데 깨구리는 중사다. 허허허.
산골의 겨울은 꽤나 길다.
낮은 짧고 밤은 엄청나게 길고, 언젠가 할머니 화로에서 퐝퐝 터졌던 콩알과 옥수수 알갱이처럼 하루하루 나와 연관된 사건사고들이 퐝퐝 터져서 그 당시엔 심심할 겨를도 없었을 거 같은데 그 당시 내 입에 주문처럼 달려 있던 말은
"심심해 뭐 재밌는 거 없을까?"였다.
그날도 방학생활 책을 펼쳐 놓고 잡히지 않는 라디오 주파수만 탓하다 빈칸을 대충 채우고 구들장에 등을 붙이고 벌러덩 누워 있었다. 그리고 방문을 휙 열고 마당을 쳐다보다 여름철에 아빠가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헛간 천정에 고이 모셔둔 족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고기 잡으러 안 갈래?"
"언니야 이르케 추운데?"
"춥긴 뭐가 추워. 그리고 지금 가을부터 아무도 고기를 안 잡아서 도랑에 고기가 음청 많을 걸"
"엄마한테 혼나믄 우뜨케?"
"그러니 엄마 모르게 가야지. 엄마 일 보고 오기 전에 빨리 갔다 오자"
나는 동생을 빵모자와 털장갑, 털신으로 무장시키고 족대와 양동이를 들고 큰 도랑으로 나갔다.
"우와 언니야 고기가 엄청나"
동생말대로 내가 풀장으로 삼던 깊은 물에 물고기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 장화를 신고 나온 것이 무색하게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깊이였고 어쩔 수 없이 얕은 곳만 공략하기로 했다.
매일 같이 짠 듯이 돌림 노래를 부르던 동네의 개들도 겨울볕에 낮잠을 자느라 고요하기만 한 날에 나와 동생이 웃으며 도랑을 휘젓는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동네 안에 울려 퍼졌고 도랑 앞에 사는 귀 밝은 친구가유리창으로 내다보며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간나야 춥지도 않나? 고기가 닐 잡겠다"
"왜 보자마자 시비야. 얼른 와 거들어"
유리창에 머리만 보이던 덕문이가 어느새 장화에 장갑까지 끼고 와선 한심하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니 안 자빠지게 돌멩이 잘 밟고 족대 잘 잡아봐"
나는 강에서 고기를 잡던 아빠처럼 쇠꼬챙이로 돌멩이들을 들썩거리게 움직였다.
"족대 들어봐 머 드갔나?"
"에라이 간나 재주도 없는기. 있긴 개뿔. 비키"
"니들 추운데 뭐 하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승호가 멈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승호까지 힘을 합쳐 우리는 고요하던 도랑을 헤집어 놓았고 얌전히 머물던 물고기들은 폭격을 맞은 듯 우당탕탕 난리가, 그리고 우리 셋을 더 당황하게 한 존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족대 안에 바글바글 들어온 개구리였다.
우리가 할머니 방 화로서 불을 쬐고 있는 동안 할머니는 개구리와 소금을 바가지에 넣고 깨끗이 씻으신 다음 밀가루 반죽을 개어 개구리에게 흰옷을 입힌뒤 끓어 오른 기름 냄비에 한 마리 한 마리 넣으셨다.
고요하던 산골마을에 피어 오른 기름 냄새는 너무도 강렬했고 우리는 부푼 기대감으로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자 무봐라 맛있는지"
다이빙을 하는 것 같이 찍 뻗은 자세로 노릇노릇 튀겨진 개구리를 할머니는 우리 손에 한 마리씩 쥐어 주시고 접시에도 수북이 담아 주셨다.
"늬들 다 묵고 나 앉음 옆집 아재랑 수남이 할배랑 경사이네 미자 할매 집에 가서 쏘주 한 잔 하러 오시래요 하고 온네이"
개구리 튀김을 허겁지겁 주워 먹다 속이 느끼해진 우리는 땅에 묻힌 김장독을 열어 김치잎을 뚝뚝 뜯어 입가심을 하고 심부름을 하려 흩어졌고 동네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우리 집으로 모이시기 시작하셨고 우리가 잡은 중태기와 미꾸리는 얼큰한 매운탕으로 변신해 저녁 늦게까지 할머니 방을 뎁히고 있었다.
"I say 우하하 나를 사랑해줘요
더 크게 우하하 나를 안아줘요
밝은 빛으로 감싸 줄게요
사랑을 내게로 주세요 "
머리를 맞대고 남편과 아이들은 개구리 모형을 조립 중인데 작은 아이 입에서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왔다.
"케로로 노래 은근 중독성 있는 거 같애. 케로로 빵 때매 이 노래도 역주행 아니야? 근데 다들 개구리 고기는 못 먹어 봤지?"
"엄마 우리 캄보디아 갔을 때 엄청 큰 개구리 뒷다리 먹었었잖아. 근데 지금 이 타임에 개구리 고길 얘기하다니 엄마 너무 좐인한 거 아니야?"
나는 케로로가 우주에서 온 나이 많은 개구리란 걸 오늘 처음 알았고 그러다가 그 추운 겨울날 마당 안을 가득 채운 고소하고 맛있던 기름 냄새와 할머니가 튀겨주신 바삭하고 뜨거웠던 튀김 맛이 떠올랐을 뿐인데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말했을까? 결국 둘째에게 잔인하단 얘길 들었다.
가끔 도랑에서 친구들과 잡았던 개구리와 물고기 튀김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젠 개구리도 예전처럼 많지도 않고 잡아서도 안 되는, 다시는, 결코,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지만 백열등 불빛 아래 동네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꽉 채워졌던 할머니 방도 호호 손을 녹이며 족대질하던 나의 동무들도 그립다. 오늘 낮엔 아쉬움을 달래려 열빙어라도 구워 봐야 할까?
방학을 맞은 둘째는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신분당선을 타고 서울 나들이에득템을 하고 오셨다며 자랑 중이고 20살이 되면 콜라 대신 이슬을 담아 보고 싶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