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그 귀찮은

두리번거리는 거북이

by 모아

바람이 차가운 것보다

하얗고 희뿌연 스산함이 보이는 게 더 겨울 같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오면 색깔을 잃어가는 시야가 견디기 힘들다.

싸늘하다가 아리고 온몸을 흔드는 추위가 또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날 괴롭힌다.

뚱뚱해진 에어 가득한 패딩이 올해는 더 짧아졌다.

고등학생들의 패딩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

올해는 짧은게 유행인가 보다.

팔뚝은 더 빵빵해 보이는데 길이는 짧아져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인데 그 유행을 쫓아가지 못할까 봐 아이들은 엄마를 조르고 조른다.

올해 유행템을 사달라고 이상하다고 말하면 큰일 난다고 한다.

임금님이 옷을 홀딱 벗고 나왔는데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이라고 해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만 빼고.....

유행을 따른다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이성 적으로 판단해 보면 별걸 다 그러면서 정작 나 역시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튀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사회인으로 살고 싶으니까....

자연인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흐리멍덩 잠이 덜 깬 얼굴로 부시시하게 손만 내밀어 택배를 집어온다.

행여 앞집사람이 볼까 봐 순식간에 정말 팔만 뻗어 택배를 집어넣는 데 성공한다.

가끔 등기 우편물이 온다. 딱히 중요 서류도 아니건만 그냥 문 앞에 두셔도 되는데 아침 8시경 초인종이 울린다. 나는 새벽에 자고 조금 늦은 출근을 한다. 8시면 아직 수면 중인 경우가 많은데....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 수가 없다.

굳이 모른 척 우체부 아저씨를 보내고 나면 스티커가 붙어있다. 재방문 시에도 부재중이면 우체국으로 찾으러 오라고.. 청천벽력 같은 말이 써져 있다. 부시시한 얼굴 자다 일어난 퉁퉁 부은 얼굴로 아저씨를 만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매번 집까지 찾아온 집배원 아저씨를 그냥 돌려보내야 한다.

그런 내가 그렇게 말한다 유행은 무슨 그런 걸 다 쫓으면서 어떻게 살아! 사람이 줏대가 있어야지!

웃기는 소리다.

괜스레 나와 상관없는 고등학생들의 사치에 잔소리 폭격을 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눌하게 느린 걸음으로 그런 사람들을 쫓아다니는 거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것도 안 가는 것도 아닌 느릿느릿 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그러다 수틀리면 방향을 바꿔도 무방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에 걸쳐야 할 것들이 참 많아진다. 그냥 매우 귀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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