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손칼국수에 꼬마김밥

부산 사는 세 식구의 어느 날

by 모아

배고프다

안 고프나?

내만 고프나?

아무 대답 없이 운전만 하던 남편에게 의미 없이 나는 또 물었다.

이 집 가보까? 우동 집이네

안그라면 갈비탕? 그런데 갈비찜이 전문인가...

마 토스트나 사가까?

그래도 대답이 없길래 흥 배가 안 고프나...

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차는 계속 멈추지 않고 바닷길을 달려 모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이상한 길이네? 카페 지나갔나?우째 됐지?길치라 생각중인데

갑자기 남편이 그런다 "어디 가는데?우동집이 어딘데?"

"엥? 무슨 소리야? 카페 간다고 나왔잖아?"

"카페는 벌써 지났다. 여기 일광이다."

그래서 내가 "왜?" 했더니

"배고프다메?밥집 간다메?"

"아무말 안 했잖아? 몇 번을 물어도 얘기해도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가 뭔 소리야?"

그렇게 남편이랑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 우동집을 가니 주차장이 만석이고 밀면집을 가니 사람이 만석이고

차를 돌렸다 뺐다 몇 번 하니 남편 입에선 씩씩 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뒷자리 딸내미는 눈치를 긁었는지 그냥 모르쇠다.

정말 자는 건지.... 아주 고단수다.

"미리 검색해 봐야지"하길래

승질이 나서

"첨에 가자 할 때 암말 안 해서 혼자 찾다가 말았지 미리 말을 하던지... 대답을 하던지..."

늘 그런 식이다.

도통 대답이 없다가 내 열 마디 중 필요한 말만 건져 듣는 사람이다.


집에서 나올 때는 이쁜 바닷가 카페나 가자며 딸아이를 꼬드겨 함께 나왔는데 나오면서 카페 커피값을 검색해 보니 밥값이다.

거기다 막상 나오고 보니 배도 고프고

아, 뭐 바다는 이렇게 보면 돼지! 싶은 생각이 앞 써서 혼자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대꾸도 없이있다가 그 말 중 몇 마디 건져 듣고 그냥 내가 스톱할 때까지 계속 달려온 거다.

참놔!

이젠 정말 배가 많이 고팠다.

그래서 나는 창밖에 두 세대의 주차 자리가 있는 한적한 식당 앞에서 "그냥 저-가자"

"그라까?"

싸우다 지쳐 우린 갑자기 만난 칼국수 집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남편의 찰 때도 없는 말라빠진 엉덩이를 차는 시늉을 했다.

딸에게 싸우지 않은 척을 하려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분이 안 풀려 남편 팔뚝에 손자국이 남도록 찰싹 때려줬다.

그렇게 들어간 조용한 칼국수 집은 정말 깨끗하고 깔끔했다

게다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손으로 반죽을 밀어주는 손칼국수 집이었다.

큰 백합조개가 조개탕만큼이나 잔뜩 들어가 있었다.

안 먹을 꺼라던 딸이 슬쩍 젓가락을 들었다.

꼬마김밥을 추가로 시켰는데 이것 또한 맛나다.

주부 19년 차 남이 해주는 밥은 다 좋지만 오랜만에 편하게 뜻하지 않은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무모한 19년 차 부부의 신경전은 너무 맛났던 저녁으로 그냥 일단락되었다.

3가지가 들어가 오묘하게 어울리는 꼬마 김밥을 보니 우리 같았다.


투닥투닥 하지만


결혼 19년 차 별다를 것도 없고

특이할 것도 없는 대한민국 그리고 부산에서 서민의 평범한 부부로 사는 건

그냥 그렇게........... 가 아니고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19년을 살았다.

싸우고 싸우고 그러다 또 좋다고

19년 동안 반복해본 결과

크게 싸울 일이라곤 딱 세 가지 정도


이사를 가야 해서 집을 결정할 때

오래된 중고차를 바꿔야 할 때

시어머니를 만나고 온날


돈이 없어 남의 집 안에 있는 방하나를 빌려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안쪽에 없는 방을 만들어 딸아이를 키웠었다.

하루 종일 눈떠서 감을 때까지 셋이서 붙어살았다.

그때마다 남편은 안된다 안된다

나는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무조건 해보자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내가 우리 가족의 세대주가 되어있다.


에휴... 그때 생각하면..... 이제 살만해졌다 해야 하나


꼬마김밥 안에 묘한 3가지의 조합이 정말 우리 가족 같다.

세상을 나보다 좀 더 오래 살아 늘 안된다는 남편과

무조건 해보자는 아내와

둘이서 뭣을 한들 결정 나기만 기다리는

조금은 게으른 19살 딸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려나 보다

조명이 비친 듯 불그스름한 노을이 마을을 덮고 있었다.

"딸, 2차는 카페 갈래?"

"스무우디 사주께... 7500원이란다!"

"엄마 괜찮겠나? 너무 비싼데"

"맨날 먹나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늘 아무 말 없는 남편에게 "들었나? 가자 카페로"

"대답 좀 해라 제발 "하니

헛웃음을 웃으며"알았다"한다.

우린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았다.

촌스럽게 들고 자리 옮겨 다니다 쏟은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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