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털어버렸는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따라왔나?
내 삶 속에 이런 것도 있었던가?
마음을 주었던 기억도 없는데 이런 걸 언제 샀었나?
기억도 나지 않을 부질없는 것들에 한때는 마음을 다 주었고, 지금은 생경하기까지 한 추억의 물건들....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에 너무 아등바등했었던가..
또 생각해 보면 작은 것에도 마음을 놓지 않고 정성을 다 했던가...
욕심인지 미련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버릴 수도 간직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잠깐의 시간들이 내 과거를 회상하게 했고, 지난날을 반성하게 했으며 작은 결심을 다지게도 했다.
그러지 않겠노라...
이제 조금 불편해도 단조롭게 살겠다던 굳은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나는 또 집 안에 채워 넣을 다른 것을 기웃거리며 새롭게 자리하게 된 그것에 마음을 주고, 기쁨을 느낀다.
또 세월이 흐르면....
나를 그토록 즐겁게 했던 물건이었나 기억조차 희미해질 그 행위를 다시 반복하는...
나는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이삿짐 꾸러미를 하나하나 풀어낼 때마다 버려야 하는지 간직해야 하는지 수많은 갈등을 만들어내던 그것들처럼 내 지난날 기억들도 그 모양과 꼭 닮아 있었다.
내 마음 한켠에 남은 괜한 미련, 잘 잊히지 않는 껄끄러운 기억, 그래도 지금까지 나를 유쾌하게 살게 한 예쁜 추억들이 마치 어지럽게 펼쳐진 이삿짐들과 요상스럽게 오버랩되어 정신이 산란하기도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하나하나 제 자리를 찾고, 가차 없이 버리고, 다시 수선하여 역할을 바꾸는 등의 작업을 거쳐 나의 보금자리가 완성되듯 내 기억도, 그에 따른 내 감정도 함께 버리고, 소환하고, 재생하며 정립되는 시간이었다.
몸은 많이 힘들어 몸살이 날 지경이지만 마음은 상쾌했던 뜻깊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 재정비된 나의 집과 함께 새롭게 각오한 내 다짐과 목표들...
또 한 번 나를 믿어본다.
또다시 속더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어쩌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무너지게 되더라도....
다시 꿰매고, 버리고, 채우는 부단한 노력과 버팀으로 나는 또 힘을 내어 살아봐야겠다.
아..... 어쩌다 발견되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이삿짐을 볼 때면 화들짝 놀라지만...
아..... 어쩌다 아직 정리되지 못하는 감정의 찌꺼기가 떠오를 때면 화들짝 놀라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하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