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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바람 May 20. 2024

동네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오면서부터 이 동네를 뱅글뱅글 돌며 살았다.

잠시 잠깐 이탈한 적도 간간이 있어 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필연이 만들어지운명처럼 다시 돌아와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한 나의 동네...

이곳에서 나의 남편을 만나고, 이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별의별 수백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연 많은 나의 동네....

짧지 않은 내 인생 여정이 때 묻은 일기장처럼 빼곡한 나의 동네....


며칠 전 이사를 했다.

내가 걷던 길을 말없이 비춰주던 가로등,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흐드러진 가로수, 초조함과 설렘을 안고 기다리던 버스 정류장, 으슥한 기분이 들던 골목길, 슬픔과 한숨을 다 받아 주던 공원 벤치, 익숙한 상가의 간판, 정다운 놀이터의 그네.....

시원함, 섭섭함, 설렘 등말할 없이 복잡 미묘한 여러 형태의 감정이 공존하며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 나의 동네는 이제 추억 속의 그곳이 되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에서는 어떤 기억을 만들어 낼까...

나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을 남길까...

오랜 세월의 묵은 기억을 벗고 다른 삶을 살아보려 나는 이곳에 왔다.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이기를 기대해 본다.

따뜻한 정을 나누는 그런 동네이기를 소원해 본다.



그나저나 산적한 저 이삿짐은 언제 제자리를 찾게 될까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한다.

쌓여있는 짐을 보면 추억이고 뭐고 아련한 기억은 와장창 다 흩어져버리고 지극히 현실에 마주하게 된다.

브런치 이웃님들의 글을 감상하는 것도 버거운 요즘....

천천히 찾아봴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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