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잃어버리다

by 호두파이

괜스레 정신없이 바빴던 식사시간이었다

시래기에 된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된장국을 끓였다


엄마와 왜 그 길을 함께 나섰을까?


잠깐 눈이 팔려 들어간 옷 집에서

오빠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보고 있었다

요즘 애들도 안 입고 다니는 힙합바지와 재킷을 걸치고 좋아라 하는 오빠를 타박하며

입지 말라고 티격태격하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엄마가 혼자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후다닥 가게를 나왔는데,

엄마가 보이질 않는다


날은 더웠는지, 추웠는지ᆢ

빽빽한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정신이 온전치 않은 노인네를 밖에 혼자 두고

정신이 팔려 옷 집에 들어간 나 자신을 원망하며 이리저리 미친년처럼 울면서 뛰어다녔다


도중에 걸려 온 후배의 전화를 받느라고 또 한참을 허비하고,

그러다 보니 엄마를 잃어버린 지

몇 시간 정도가 훌쩍 지났다


'아참, 경찰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속에서 단내가 올라올 때쯤

경찰서 생각이 났다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고 터덜터덜 울면서 돌아오는데

정신이 퍼떡 들었다.


꿈이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눈물로 축축해진 베개커버를 벗겨낸다


꿈속처럼,

엄마가 치매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오랜 시간을 엄마 찾느라고 울며 헤매지 않고 얼른 깨어나서 다행이고,

영원한 숙제인 오빠랑

겨우 옷 따위 갖고 싸우게 된 게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가 끓인 된장 시래깃국을

엄마는

한 숟갈이라도 드셨을까?

꿈 속이지만,

내가 방치해 둔 시간 동안

엄마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다시 눈물이 난다


이미 저 세상으로 가신지 12년이 넘어서

엄마가 내 꿈에 이렇게 나타났다

새벽 네 시에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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