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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20. 2022

정년 이후 무얼 공부할 것인가?

돈벌기와 멀어진 삶에서 자존감마저 놓칠 수는 없다



우리가 쓰고 있는 한국어 어휘의 약 70%가 한자어이다.

한자를 모르면 당장 어디를 가나 만나게 되는 옛 건물, 정자나 고찰에 붙은 현판, 주련, 지명(地名), 인명, 한시, 또 동양화 화제(畵題), 서예 작품 등등 보고도 모르는 한자 문맹이 된다.

대한민국은 어딜 가나 ‘한자 문화 보물창고’다. 2천5백여 년 동안 쌓아 온 보물들이다.

한자는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다.

    



정년 이후 무얼 하나? 돈을 벌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년 이후에는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해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심 끝에 ‘한문공부’를 선택했다. ‘한문은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대졸생이 부지기수이고 개중에는 한자로 써놓은 자기 대학 이름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신문 기사가 나올 때였다. 15년 전 이야기다. 


그때 한 그 선택은 옳았다. 몇년 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더 한자를 모른다. ‘청렴결백에서 생각나는 색깔은?’이라는 질문에 ‘푸른색’이라고 쓰고 ‘토사구팽에 나오는 동물 이름’도 잘 모른다. 나에게 한문 공부는 머리 녹슬지 않고, 글 쓰는 데도 도움이 컸다. 더 큰 보상은 돈 못 버는 노년에 돈보다 더 중요한 존재감을 준다는 점이다. 외국서 박사를 따온 젊은 대학교수도 한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은 어딜가나 한자문화 보물창고다. 돈들지 않고 그 보물을 즐기는 행운을 알게 된 것은 정년후 한문 공부를 10여 년 열심히 한 결과다. 나의 한문 배우기는 사서삼경 중에서도 제일 어렵다는 주역(周易)이 시작이었다. 일반인을 위한 전남대 종교 인문학 강의를 듣게 되면서다. ‘공자님이 말년에 책을 엮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韋編三絶) 정도로 탐독하셨다.’는 주역이다. 첫공부는 주역 뜻이 어렵기도 하고 주역 괘가 실생활과 연관이 적어 재미가 붙지 않았다. 


2년후 서당에 가서 새로 시작했다. 맹자와 중용, 고문진보를 읽었다. 이곳도 쉽지 않았다.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백발의 훈장님은 이야기책 읽듯 줄줄 읽어나가시고 한시도 써보라고 독촉하신다. 7~8년 후에야 초 중급 한문 교실을 찾을 수 있었다. 추구, 천자문, 격몽요결, 명심보감 (推句, 千字文, 擊蒙要訣, 明心寶鑑)을 배운다. 조선 시대 5살 어린이들이 읽었다는 천자문(千字文)이 이렇게 어려운 한자투성이인가, 이렇게 깊은 철학적 시들이 많았던가! 


과거시험에 9번이나 장원(九度壯元)한 ‘공부의 천재’, 율곡(栗谷)이 42세 때(1577년) 남긴 ‘공부 비결서’, 격몽요결(擊蒙要訣; 蒙昧한 아동의 지혜를 啓蒙하는 要訣)은 명문을 넘어선 감동이었다. “人生斯世에 非學問이면 無以爲人이니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데 있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가 없다.; 金星元 譯)” 첫 문장이다. ‘사람다운 사람(爲人)’이 되기 위해 무얼 해야 하나? 먼저 뜻을 세우고(立志章) 어떻게 책을 읽고(讀書章), 또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接人章), 처세해야 하는지(處世章) 세세하다. 


특히 독서장, 책 읽는 요결은 칼끝처럼 날카롭다.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하는 방법을 탐구할 것이다. 만일 입으로만 읽을 뿐 마음에 체험하지 못하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일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而每句 必求踐履之方 約口讀 而心不體 身不行 則書自書 我自我 何益之有)” ‘입으로만 읽지 말고, 반드시 마음으로 체험(心體)하고 몸으로 실행(身行)하라’. 심체(心體)신행(身行), 평생공부다

과거시험에 아홉번이나 장원을 한 공부천재 율곡선생이 42세 때 지은 공부비결서 '격몽요결(擊蒙要訣)'.

“人生斯世에 非學問이면 無以爲人이니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데 있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가 없다.; 金星元 譯)” 첫 문장이다. ‘사람다운 사람(爲人)’이 되기 위해 무얼 해야 하나?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하는 방법을 탐구할 것이다. 만일 입으로만 읽을 뿐 마음에 체험하지 못하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일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而每句 必求踐履之方 約口讀 而心不體 身不行 則書自書 我自我 何益之有)”. ‘입으로만 읽지 말고, 반드시 마음으로 체험(心體)하고 몸으로 실행(身行)하라’는 평생공부 비결이다.


디지털세상에서 디지털로 무장한 젊은이와 겨루며 ‘사람다운'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난 지금 무엇을 '심체 신행 (心體 身行)'하고 있는가?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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