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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21. 2022

얼마나 배우고 익혀야 기쁠 수 있나?

눈과 머리로 읽지않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으니 귀도 뚫린다

   

논어 학이편 첫 구절 (이미지출처 : philosophiren)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논어 첫 시작은 대 사상가이자 공부의 신이라 할 수 있는 공자의 술회로 보기엔 너무 담담하다. 

그래서 논어를 읽을 때마다 더욱 경이롭다.

배움에 있어 공자님이 말씀한 ‘기쁘지 않겠는가’는 어느 경지일까?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익혀야 기쁨을 가질 수 있을까. 



 주자(朱子; 1130~1200)는 주해(註解)에서 “이미 배우고 또 그것을 계속 익힌다면 배운 것이 익숙해져서 마음 가운데 희열을 느끼게 된다(旣學而又時時習之 則所學者熟而中心喜說)”고 기쁨(說)의 경지를 풀이한다. ‘익힐 習’은 복습이다. ‘복습하고 또 복습하면(又時時習之)’ 기쁨이 온다는 풀이다. 


 복습도 여러 단계가 있다. 쇠귀 신영복은 “習은 하얀(白) 어린 새가 날갯짓(羽)하는 글자 모양이 나타내고 있듯, 복습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책 <강의>에서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편에 펼친 주장이다. 그는 말미에 “배운 것, 자기가 옳다고 공감하는 것을 실천할 때 기쁜 것이지요.”라고 소감까지 덧붙였다.


 20년이라는 세월을 옥에 갇혀 책만 읽고 실천을 못 해보았던 쇠귀 선생에겐 다른 무엇보다도 실천이 훨씬 값지게 보였으리라.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구절 풀이도 ‘생각할 思’를 “생각이나 사색의 의미가 아니라 경험과 실천의 의미로 읽는 게 옳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거나, 실천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둡고 위태로울 건 너무 당연하다. 수영법을 배웠으면 바다 위에 떠야 하고 날아오르는 법을 배웠으면 하늘을 날아야 한다, 땅에 앉아 헤엄치는 법, 나는 방법을 복습할 때보다 실제 파도를 헤치며 나가고 몸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기쁨이 클 것이다.


 논어를 읽으면서 난 무얼 실천했던가. 수많은 명구 중에서 어느 한 구절이라도 열심히 복습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나? 논어 자장 편 “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하면 인재기 중의(仁在其中矣) 니라”구절이 떠오른다.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현실에 필요한 것을) 생각하면 仁이 그 가운데 있다. : 성백효 역주” ‘절문이 근사(그럴싸)하면 인재(큰스님)가 그 안에 있다’라고 발음 따라 멋대로 상상해본다. 


 글을 쓰다가 글이 꽉 막힐 때, 세상일이 꼬여 안 풀리고 답답할 때 “절문이 근사, 간절하게 묻고 가까운 데서 찾자, 절문이 근사, 간절하게 묻자, 가까운 데서 찾자.” 복습이 아니라 주문처럼 외운다.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밥값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절박한 물음도 있다. 가까운 데는 어디인가? 


 매주 다니는 서당에서 훈장님은 ‘집에서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수십 수 백번 소리 내어 읽으라’고 훈수한다. 수십 번 소리 내어 읽으면 자연히 뜻이 통한다는, 막고 품는 서당식 학습 방법이다.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을 한 단계 올린 소리 내어 읽기다. “공부는 입(口)입니다.” 눈과 머리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어 입으로 읽으라’는 말씀이다. "절문이근사 인재기중의” 걸으며 입으로 소리 내어 암송한다. 목, 가슴이 울리고 귀가 뚫린다. 조그만 기쁨이 온다.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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