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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Oct 08. 2022

매일 걷는 철학자 길 있나요?

한국인이 걷기만 하면 다 철학자 길이 된다

한국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선두주자,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올레길 이사장)이

<4차 혁명시대, 걷기가 더 필수다>라는 강연을 하기 위해 2022년 4월14일 광주에 왔다.

"강연 시간보다 빨리 와 광주 천변길을 조금 걸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청계천변 길보다 더 좋더라! 도심 천변길은 산소통 같은 역할을 한다. 신호등도 없고 자동차 매연도 없고 언제나 바로 접근할 수 있고, 얼마나 좋으냐! 종합병원 같은 올레길이 너무 멀어 가지 못하면, 집 근처 병원 같은 천변길을 걸어라!"

‘치유의 길’을 만든 기자 출신 올레꾼다운 말씀이다.     




대한민국은 걷기 열풍의 나라다. 한국 인구 절반이 트레킹을 한다. 며칠 전 한국 트레킹 코스 중 슈퍼스타라는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길(3.6km)을 걸었다, 10월 초 연휴 때라 한탄강 순담계곡 절벽 위 허공에 걸린 폭 1.5m 잔도는 트레킹 족으로 가득 차 넘실거렸다. 곁을 걷는 한 무리는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 왔단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걷기를 줄인다. 현대는 600만 년 전 인간이 발명했다는 직립보행이 퇴보하는 시대다. 두 발로 서서 걷는 동물이 걷지 않으면 위장, 심장, 머리도 잘 안 움직여 문제가 생긴다. 4차 혁명 시대의 인간은 공중에 들어 올려진 거인 안타 이오스처럼 죽는 건 아닐까. 포세이돈(바다의 신)과 가이아(대지의 여신 )를 부모로 태어난 안타 이오스는 당할 자가 없다. 땅에 쓰러지면 가이아로부터 힘을 얻어 더욱 팔팔해졌다. 내기를 걸어 여행자를 많이 해쳤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안타 이오스를 공중에 들어 올렸다. 땅에서 발이 떨어진 안타 이오스는 힘을 잃었다.  

   

발 걷기는 몸을 움직이고 마음도 움직인다. “나의 마음은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멈춰 있을 때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자연회귀를 주창했던 루소의 말이다. 기자 출신 작가, 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루소처럼 걷는 법’을 썼다. ‘수줍음이 많고 불면증, 전립성 비대증에 시달리던 루소는 마차여행을 싫어해 언제든 늘 걸어 다녔다. 하루에 20마일을 걷기도 했다. 루소는 걸을 때 게임용 카드를 들고 다니며 생각을 적었다.’     


사색을 좋아하는 철학자들은 걷기를 유난히 즐긴다. <월든> 작가이자 자연주의 철학자 소로도 매일매일 콩코드 교외를 걸었다. 루소처럼 소로 역시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했다. 소로는 허리를 굽혀서 두 다리 사이로 뒤집어진 세상을 보며 '세상을 뒤집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멀리 네카 강, 하이델베르크 고성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길이다. 30여년전 통독 1주년 취재차 독일에 갔을 때 잠시 걸어본 적이 있다. 칸트,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 같은 대 철학자들이 이 길을 걸으며 영감을 받았다. 일본에도 교토에 ‘철학의 길’이 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하던 길이다. 니시다 문하생 중 하이델베르크에 유학했던 제자들이 독일 철학자의 길을 본떠 이름 지었다 한다.     


철학자 길을 걷는다고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건 아니다. 철학자가 자주 걸었으니 철학자 길이 된 것이다. 한국인들은 철학자가 될 바탕이 좋다. K-팝에 열광해 한국말을 독학으로 배운다는 10대 딸을 가진 에릭 와이너는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탐구적인 민족이다. 사색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철학 그 자체다.”라고 한국인을 칭찬한다. 우리 한국인이 자주 걷기만 하면 어느 길이든 다 철학자 길이 된다는 말씀이다. 나는 매일 걷는 나의 철학자 길을 갖고 있는가.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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