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말라보지 않은 사람은 숨어있는 우물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인생의 길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 사막에 와보라 / 사막은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져 / 바람길이 열리고 / 오로라의 유혹도 / 지상의 높이 걸린 꿈처럼 / 꿈길과도 통하는 길이 / 사막에 있으니 / 길을 잃은 자는 사막에 와서 / 길을 찾아보라 / (---) ” <사막에서 13 /김소엽>
비행기 조종사 생텍쥐페리(1900~1944)는 35세 때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다. 파리에서 이집트로 날아가다, 카이로를 200여km 남기고 사막에 불시착한 생텍쥐페리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다. 생텍쥐페리는 5일 동안 식량 식수도 없이 헤매다 베두인사람에게 구조된다.
<어린왕자>를 한국어로 제일 먼저 번역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20대 후반 ‘어린왕자’를 만난다. ‘4~5미터도 되지 않는 골목을 아홉 개나 돌아서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자취’를 하고 있을 때였다. 김현은 “삶의 무의미가 주는 위협을 버티어 내다가 나의 ‘어린왕자’와 만났다.”라고 고백했다.
나는 20대 후반에 한국판 <어린왕자>를 만났다. 조그만 시집 크기의 초판본(1973년3월20일 발행)이었다. 그 후 1987년, 2020년, 2024년에도 만났다.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를 말해준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그러나 목말라 보지 않은 사람은 숨어 있는 우물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사막을 찾지 않는다. “인생의 길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 사막에 와보라 / (---) / 길을 잃은 자는 사막에 와서 / 길을 찾아보라 / (---) <사막에서 13 /김소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