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별다른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게 정말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던 날이었다. 여자친구는 "크루즈 패밀리 2"를 보자고 했지만, 나는 전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몰래 집에서 1편을 먼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던 중, 내가 영어 과외에서 배웠던 문장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영화 속 가이(Guy)라는 캐릭터가 이피(Eep)에게 “I got butterflies in my stomach”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 문장이 나오자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이건 내가 배운 표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작은 순간이었지만, 그때 나는 내가 영어 공부에서 한 발짝 나아갔구나라는 기분을 느꼈다.
“I got butterflies in my stomach”는 영어에서 긴장하거나 설렐 때 쓰는 관용적 표현이라는 것을 과외를 통해 배웠다. 물론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배 속에 진짜 나비가 있다는 게 아니고, 긴장감과 설렘이 복합적으로 느껴질 때 쓰는 표현이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문장이 영화 속 대사로 나오니, 내가 배웠던 영어가 실제 생활 속에서 쓰인다는 사실을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작은 경험이 나에게는 엄청난 성취로 다가왔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실제로 배운 표현을 실생활에서 듣게 되면, 그만큼 기쁜 순간이 또 있을까? 그때는 그저 공부를 위해 암기했던 문장일 뿐이었는데, 막상 그 표현을 영화에서 듣고 나니, 내가 영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이런 작은 성취들이 모여 결국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이후로, 나는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더 붙었다. 예전에는 내가 공부했던 것들이 과연 실생활에서 유용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영어라는 언어가 단순히 교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배운 표현들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 숨 쉬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었던 건, 여자친구와 함께 크루즈 패밀리 2를 보면서 그 표현이 다시 나올까 기다리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2편에서는 그 표현이 다시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한 문장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컸다. 나는 이제 영어를 배울 때마다, 이 표현이 어디서 쓰일지, 어떤 상황에서 내가 쓸 수 있을지 상상하며 더 재미있게 배워가고 있다.
영어 공부는 단순히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 표현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몸으로 느낄 때, 영어 공부의 재미와 성취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성취들이 모여서,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간다. 내가 영화 속에서 그 표현을 듣고 뿌듯했던 것처럼, 영어 공부는 그런 작은 기쁨들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언젠가 또 다른 영화나 책, 혹은 대화 속에서 내가 배운 표현을 마주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영어 공부의 의미와 보람을 더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