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학원 선생님께 타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타조는 놀라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다리가 짝다리라, 방향 없이 달리면 결국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는 것이다. 사냥꾼들은 이 점을 이용해 타조가 놀라 도망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참을 달리고 지친 타조를 쉽게 잡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목표 없이 전속력으로만 달리면, 결국 같은 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어 공부를 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영어를 시작했을 때는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다. 하루에 단어 20개씩 외우고, 문법 문제도 풀면서, 빠르게 성과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었다. 시험 점수는 그럭저럭 올랐지만, 실제로 영어를 말하거나 듣는 상황에서 여전히 막혀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나도 타조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전속력으로만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내가 그때 빠져 있었던 함정은, 속도만 중요시하는 마음가짐이었다. 남들보다 빨리 영어를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방향이 없으면, 타조처럼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목표 없이, 단순히 열심히만 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실력을 쌓기 어렵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얻고 나서, 나는 영어 공부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이제는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단어를 외우기보다는 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싶은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중심으로 단어와 문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차츰차츰 내 영어 실력이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영어를 공부할 때 왜 배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 영어를 사용할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막막한 기분이나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점이다. 목표를 정하고 나아가다 보면, 그 목표에 가까워지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에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방향이 없으면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타조처럼 결국 제자리일 뿐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때부터 내가 쏟는 시간과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목표 없는 달리기는 결국 지치기만 할 뿐이다. 중요한 건 방향을 잡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