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어 공부는 마치 토르가 뭔지도 모르고 망치부터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어떻게든 해내겠지라는 자신감은 넘쳤지만, 정작 그 자신감이 영어 앞에서는 통하지 않더라. 교과서와 시험 속에서의 영어는 분명 쉬웠다. 주어진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건 나름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실제 대화 속의 영어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게임이었다.
처음으로 이 차이를 느낀 건 해외 출장 때였다. 내가 배웠던 영어는 고작 시험지 속에서 정답을 맞히기 위한 영어였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영어가 아니었다. 문법과 단어는 교과서적으로 완벽하게 알고 있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걸 꺼내 쓰는 방법을 몰랐다. 그때부터 나는 시험지 속에서만 살던 영어를 현실로 끌어내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시험 속에서 배운 영어는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을 계속 심어준다. 문법이 틀리면 오답이고, 정답만 맞추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그런 틀림을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느낀 건, 그들도 내가 실수하는 걸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틀린 문장을 들으며 내 뜻을 파악하려고 더 노력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영어를 할 때 스스로를 얽매고 있었구나. 그때부터 영어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예전처럼 완벽한 영어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버리고, 그 대신 어떻게든 말해보는 것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 이후로는 영어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대화를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잘했다!'라고 칭찬해주면서, 그 순간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돌아보면, 시험지 속 영어에 갇혀 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맞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그걸 벗어났다. 영어는 틀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언어라는 걸 깨달은 지금, 나는 훨씬 더 자유롭게 영어를 대하고 있다. 교과서 속의 영어가 아닌, 실제로 사용하는 영어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내 영어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틀리더라도 계속 나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매 순간 영어로 시도하는 이 과정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영어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