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임신
남편은 수시로 어머님을 업데이트 했다.
네 번의 명절을 보낸 뒤로는 큰댁에 가지 않았다. 나를 부러워하던 큰댁의 두 며느님께서 파업을 선언하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와 어머님이 모든 일을 짊어질 뻔했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이 거하게 싸우시고는 우리도 큰댁에 가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 스무 명이 이틀간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전쟁에서 벗어났다. 임신을 부추기는 이야기도 듣지 않으니 마음이 편했다.
우리의 입주가 1년도 남지 않았고, 내 나이도 서른셋이 되어가니 임신이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서른다섯부터는 노산이라 각종 검사들이 늘어난다기에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엽산을 먹고, 그렇게 다들 바라던 피임도 드디어 하지 않았다. 열흘쯤 지났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걸을 때마다 방귀가 뽕뽕 나온다.
"왜 이럴까. 웃기지? 방귀대장 뿡뿡이보다 더 잘 뀌는 거 같아."
"몸무게가 늘어서 그런가? 그렇게 생리현상 감춘다고 신경 쓰더니 이제는 네가 제어가 안되나 봐? 뭘 해도 귀여우니까 시원하게 껴."
"아니야, 시원하게는 안 나와. 근데 진짜 좀 이상하네. 아직 생리는 남았는데."
한방에 임신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피임을 오래 한 친구들은 자연임신이 잘 되지 않아, 여럿이 난임센터에 다니고 있었고, 자연임신이 된 지인들 중에도 초기 유산이 워낙 많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정일이 3일 지나도 임신 실패를 의미하는 그분은 오지 않았고,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일, 이, 삼. 삼? 삼? 삼!'
적셔지는 테스트 종이를 보며 카운트를 하고 있었는데, 3초 만에 선명한 두줄이 짠하고 나타났다. 나는 얼른 나와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오빠, 이거 봐. 정말 진하지?"
남편은 임신테스트기와 나를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번에 이렇게 된다고? 와 우리 그동안 참 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피임 안 했으면 이미 우린 학부모 됐을걸?"
좋으면서도 긴장되고, 앞으로의 일들이 많이 궁금했다. 육아백과를 사고, 임신 초기의 신체변화를 검색했다. 산부인과도 예약하고, 양가에는 임신 2개월이 지나면 알리기로 했다.
"나 무서우니까 병원은 계속 같이 다녀주라."
"당연하지, 나도 같이 가야지."
방귀의 원인이 임신이었다니. 임신을 확인한 그날부터 입덧이 조금씩 시작됐고, 그 뒤로도 일주일을 뽕뽕거리며 다녔다.
아이의 심장소리를 확인하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 임신은 중기를 지나고 있었다.
어버이날이라 오랜만에 남편과 시댁에 들렀다.
"동욱이랑 육촌인가. 그 형우네 있지? 그 집은 결혼한 지 5년이 됐는데도 애가 없는 모양이더라. 나는 네가 임신이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어. 엉덩이도 작고 삐쩍 말라서 걱정했지."
나는 많이 먹어도 찌지 않는, 축복받은 체질이었다. 어머님은 나의 엉덩이 사이즈로 임신 가능성을 염려하셨나 보다. 그보다도 어머님께서 다른 집 임신을 걱정하고 계셨다. 나는 아이가 생긴 뒤로 많이 예민해져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머님, 그 집이 임신이 안 되는 건지, 아이 낳을 계획이 없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시죠? 요즘 임신이 안돼서 난임센터 다니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요. 초기 유산도 많고요. 그리고, 아이 없이 둘이 행복하게 잘 살자는 부부들도 제법 많아요."
그들은 그들이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뱃속의 아이를 생각해서 그 정도만 해두었다.
"그러니? 우리 때랑 다르구나. 근데 너는 두 명은 낳을 거지? 딸이라며, 아들 하나는 낳아야지."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님의 아들이 입을 열었다.
"엄마, 그건 하연이랑 제가 결정할 거구요. 성별은 우리가 정할 수 없다는 건 엄마도 아시잖아요. 만약에 둘을 낳기로 하고, 또 딸이어도 그건 제 탓이에요. 아셨죠?"
남편을 보며, 이런 아들이 확실하다면, 둘째를 낳아 도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