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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Aug 08. 2021

정답도 없고, 정해진 길도 없다.

그래도 엄마는 헤매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초등학생의 조회수는 3일이 지나니 잠잠해졌다. 다행히도 내가 생각했던 부정적인 반응보다, 공감의 반응이 많아서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나처럼 학원을 보내지 않든, 보내든 비슷할 거다. 댓글을 달다 보니, 아무래도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쓰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주워듣고, 내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1. 대학입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금 초등학생 부모세대는 아마도 나처럼 평준화, 비평준화지역으로 나누던 시절을 보냈을 것이고, 대부분이 대학이 아니면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10대 후반을 보냈을 것이다.



지금 10대들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비율이 우리 때보다 많이 줄었다. 그 대신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일반고에도 미술 입시반이 따로 있고, 직업체험 반도 있어서, 우리가 다니던 때와는 다른 형태의 반들이 존재한다. 예고, 상업고, 공업고, 일반고 등등으로 나뉘던 것과 달리 일반고 안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취업을 하려면 상업고, 공업고에 지원하고  대학을 가려면 일반고, 미대 음대 입시는 예고라고 확실히 구분 지어져 있던 틀이 지금은 좀 옅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우리 때만큼 대학에 꼭 가야 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입시 실패하면 유학을 가서 다른 것을 배우거나, 가게를 차려주거나 다른 일들을 배우도록 더 다양한 길을 응원해준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라왔을 때의 우리네 부모님들(60대 이상)은 대학 타이틀과 집안 경제 수준이 비례한다고 생각했던 세대가 아녔을까. 오직, 시험을 치르고 점수와 등수로만 서열을 매기던 시대였으니.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아 우리에게도 대학 합격만이 목표 중의 하나가 됐을 거다.



 몇 해 전, 고등학교 교문에 현수막이 걸렸다. 세계적인 게임 리그에서 수상한 학생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몇 회 졸업생 사시 합격, 몇 회 졸업생 명문대 몇 명 합격이 아니라 신기하면서도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실감했다. 우리가 했던 공부로 명예를 얻는 시기가 아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세계와 우리가 겪은 세계는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아이가 브롤 스타즈에 사용자가 맵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며, 펜싱을 접목시킨 맵을 만들 거라고 나에게 신이 난 목소리로 설명을 했다. 로블럭스는 사용자가 맵을 만들고, 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돈도 벌 수 있다.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사용자가 생산자가 되는 경험도 일상이 되어있다. 아이는 문제집을 풀 때 써야 할 능력을 거기에 쏟아붓고 있다. 그래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에 크게 혼을 낼 수가 없다. 저 아이의 세대는 저게 맞는 거니까.


그래도 굳이 대학을 목표로 아이에게 공부시키고 싶은 엄마들도 있을 거다.  

드라마틱한 사례들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겠다.



2. 적어도 배우는 것에 있어서는 모른다고 창피한 일이 아니다. 느려도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사람마다 공부에 눈뜨는 시기는 다르다.



A는 나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나보다 훨씬 성적이 좋았던 아이인데, A의 말이 꽤 충격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니는 명문고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잘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는 초등학교 때 나머지 공부를 했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자신이 느리고, 몰라서 창피한 것이 아니라 아주 해맑은 표정이었다. 이 친구는 의대에 진학했다.


아마도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고, 배우는 것을 자신의 속도대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의대진학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B는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인데, 월요일이면 조회대에 네다섯 번을 올라 각종상을 휩쓸던 사람을 언니로 둔 내 동생이다. 동생은 고2  11월부터 벼락치기를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3학년쯤 자신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영어에 미쳐서, 스스로 돈을 모아 호주에서 영어 관련 자격증을 따고, 해외에서 근무도 하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면서 유치원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한다. 이 와중에 공부를 더 하겠다며  사이버대학에서  4.4의 성적을 받아냈다. 윤선생 파닉스는 내가 했는데 말이다.

이 아이에게 불을 지핀 건 나이기도 하다. 온갖 토익책을 사서 공부하던 동생을, 토익시험 두 번 만에 내가 앞질렀기 때문이다. 나는 졸업하기 위한 점수만 필요했는데, 동생은 그때부터 진짜 공부에 빠지기 시작했다.


당장 10대에 공부를 파고들지 않아도, 언젠가는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긴다. 아이가 한글을 못 떼고 학교에 간다고 걱정해도, 나중에 보면 한글 모르는 아이는 없고. 아이가 덧셈, 뺄셈 연산이 느린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곱셈도 하고 나눗셈도 한다. 아이는 우리가 바라는 속도보다 조금 느릴 뿐 결국 다 해낸다.  


3. 내 자식인데 다는 아니어도 남보다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 아이에 맞는 성취감을 갖도록 도와준다.


나는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아이를 다 키워서 아이비리그에 보낸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성공해서 부를 이룬 자식의 엄마도 아니다.


다른 엄마들이 어느 학원이 인기가 많은지, 새로 생긴 학원 선생님이 어떤지, 커리큘럼이 어떤지, 이 과목을 추가로 배워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나는 내 아이를 관찰하는 것에 집중했다.



예민한 아이는 뭐든 트레스가 크다. 문제량이 너무 많아도 안되고,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화가 나게 해도 안된다. 게다가 도형을 그리는 문제는 잘 그리고 싶은데, 내 맘 같지 않으면 또 달래야 한다. 인정 욕구도 상당하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나를 아이에게 맞추면 된다. 하루에 짜증 내지 않을 정도의 문제량에, 10개 중에 8개는 맞을 것 같은 수준의 난이도, 적절한 칭찬.


한 번학원에  중3이던 남자아이가 출석을 안 하는 날이 늘었다. 성적이 한번 떨어지고 나서 부모님이랑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서 시험대비 기간이 되어서야 겨우 학원에 오게 했다. 응용문제를 풀기엔 기초가 안되어있어서 아주 쉬운 개념 확인 문제를 뽑아 따로 가르쳤다. 말수가 없는 아이였는데,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다른 아이들이 푸는 문제를 혼자 풀지 못할까 두려워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했다. 3일 정도 쉬운 것만 풀렸더니, 말수가 없던 아이가 조금 웃었다. 중간 난이도로 같이 풀고, 숙제도 늘렸는데 잘 따라왔다. 전 시험에서 65점이었던 점수가 90점 초반까지 올라왔다.


아이들은 성취가 느껴지지 않으면, 더 하려고 하지 않는다.


무작정 이 문제집을 유명한 학원에서 푸니까 우리 아이도 시키자. 광고가 많이 나오니까 이걸로 풀자. 아이마다 맞는 문제집은 따로 있다. 저학년 때는 엄마가 서점에 가서 훑어보고 아이 수준에 맞는 걸 찾으면 된다. 고학년이 되면 같이 가서 고르고, 중학생 이상부터는 스스로 고르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4. 생활습관이 곧 학습태도로 이어진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숙제하라는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 숙제를 할 수 있게 될까? 떻게 하면 스스로 책을 찾아서 보고 있을까? 궁금해한다.



내가 했던 노력 몇 가지를 말해보자면, 우선 매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고, 잠자는 것을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생활은 아이들에게 첫 번째 마주하게 되는 사회생활이라 아이들도 긴장을 한다. 우리도 회사에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아이라고 없을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안 보내고 아이와 데이트를 했다. 4-5살까지 보내는 어린이집은 보육이라고 본다면 유치원은 학교생활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에는 아이가 아플 때 말고는 결석하지 않았고, 지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 밥을 먹고, 씻고 준비하는 패턴을 최대한 일정하게 맞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등교시간이 조금 앞당겨지기 때문에, 입학 전 방학부터 기상시간을 조율한다. 그리고 아침밥을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줬다. 소시지, 스팸, 달걀장조림 입맛이 확 살아나는 반찬들이면 잠도 깨고, 확실히 잘 먹고 간다. 유치원과 달리 간식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이 2교시부터 배고파한다.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아침밥을 꼭 챙겨 먹이라고 당부하실까.)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아침에 혼내지 않기다. 아무리 열 받아도 아이들이 기분 좋은 상태로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참는다. 혼낼 것도 하교 후에 혼낸다. 시간이 지나서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줄어들어 짧고 굵게 말하게 된다. 학교는 유치원과 교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아이들은 티가 나지 않을 뿐, 규칙을 지키고,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온 몸으로 긴장하고, 노력한다. 



일상생활에서 안정을 찾도록 해 주고, 새로운 사회생활이 시작될 때마다 혼란스럽지 않도록 미리 준비시켜 준 것 말고는 없다. 생활습관이 잘 잡혀있으면, 아이는 다른 것들도 잘 해낼 거라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나를 잘 따라주고, 나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가정통신문도 잘 챙기고, 잃어버리는 물건도 없고, 시간표대로 교과서도 잘 챙겨가고, 숙제도 알아서 한다. 첫째가 숙제를 하거나 문제집을 풀면, 둘째는 심심해서 숙제를 하거나 문제집을 푼다. (둘째의 공부량이 더 많다.)


앞서 말한 내 동생은 요즘 아이가 읽지도 않는 영어책을 계속 사들인다. 내보기엔 본인이 읽고 싶어서 사는 것 같다. 그리고는 나에게 잘 산 거 같냐고 확인한다. 그럼 나는 한마디만 해준다.

"초록이(만 29개월)는 요즘도 돌아다니면서 밥 먹어? 그거부터 신경 써. 그게 먼저야."

조카에 영어 책 보다 밥상머리 교육이 먼저다.


5. 아이에게 독서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보다, 취미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스스로 책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테이블에 앉아 머리가 부스스한 채로 조용히 밍꼬나 흔한 남매, Who시리즈를 본다.

나는 학교도서관 게시판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싫어한다. 독서는 습관이 아니라, 취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이것에 대해서 할 말이 진짜 많은데..) 하루 30분, 일주일에 1권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해서 읽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나 독서나 시킬수록 더 안 하고 싶다.



첫째는 공룡을 좋아해서 거의 모든 공룡의 이름 키 몸무게 살던 시대를 외웠다. 자연스럽게 판의 이동까지도 책을 보며 익혔다. 아이가 자동차에 관심이 있으면 자동차 책을 사주면 된다. 초등학생이 되면 글밥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학습 만화도 많이 보면 안 좋고, 감정이나 서사가 없고 정보만 있는 책은 좋지 않고  등등 너무나도 지켜야 할게 많다. 그것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일단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쓴 책들을 노출시켜준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책이나 권장도서가 아니라,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읽게 놔두었다. 다른 엄마들이 독후 활동하러 동네 도서관에 가고, 매번 많은 책을 빌려다 아이에게 갖다 바치는 동안에도 나는 그냥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두었다. 이때도 나 혼자 이상한 엄마였다. 많은 엄마들이 왜 도서관에 가지 않느냐고 했다. 꼭 가야 하는 곳도 아니지 않은가. 책에 빠져 사는 남편의 덕도 조금은 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옆에서 같이 읽는다. 그리고 도서관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서점으로 간다. 아이들은 내 책을 갖고 싶어 했다. 소유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학교 숙제로 독서록을 써야 할 때는 학교에서 나눠준 권장도서 목록을 보고 고르게 했다. 그다음 인기 있는 만화책도 같이 사준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우리 집 독서는 나만 빼고 잘 진행되고 있다.



6.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얘는 왜 이렇게 호기심이 많지?

얘는 왜 이렇게 가만 앉아서 놀지를 않지?

얘는 왜 이렇게 낯을 가리지?

분명 범인은 둘 중에 있다.

엄마들은 내가 못했던 과목을 아이도 잘하지 못하면, 더 아이를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부족한 부분이 내 아이에게서도 보이면 더 불안해한다. 나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부모는 되지 말자.

오래 근무한 선생님들은 아이만 봐도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내가 못다 이룬 꿈이 아니라 나의 말투와 행동 태도가 아이에게 녹아든다.


그간 읽은 육아서적과 현직 교사인 주변인들의 경험담과 나의 경험을 거의 다 쏟아냈다.


마지막으로 둘째가 입학했을 때 '6학년 아이'가 직접 써준 편지의 글귀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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