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3

민폐 관객

by 에토프

대학로 공연장 앞.

연우는 먼저 도착해서 현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우는 어느 약속이든 늦는 법이 없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평소처럼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게으르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했다. 현서가 아직 오지 않았다. 어느덧 약속시간이 5분 남았다.


'연락해볼까? 안 오면 뭐 혼자 봐야지.'


멀리 현서가 보이기 시작한다.


"제가 늦었나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뇨 딱 맞춰서 오셨어요."


연우는 굳이 아까부터 와 있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현서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줄을 서서 티켓 확인을 하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일주일 전 한번 마주 본 게 다였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으려니 현서는 연우가 어색하기만 했다.


연극이 시작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연우의 고개가 조금씩 조금씩 쳐졌다.

현서는 가만히 어깨를 내주었다.


'학교가 힘들긴 한가보다.'


오랜만의 소개팅에 연우도 신경을 썼는지, 주말에 늦잠도 안 자고 6시에 기상한 탓인지 연우는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인기 많은 코미디 연극이라, 관객이 꽉 차서 공연장이 웃음소리로 가득한데 연우는 깊은 잠에 빠졌다. 앞자리라 배우들의 눈이 마주칠 때마다 현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옆사람이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배우들에게 죄짓는 마음이었다.


'깨울까? 너무 잘 자는데.. 어쩌지. 깨워서 중간에 나가는 것도 이상하고..'


현서는 연극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중반쯤 지났을 때, 연우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현서는 연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다 말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연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서둘러 나왔다.


"웃긴 연극이었는데 피곤하셨나 봐요?"


"제가 원래 잠이 좀 많거든요. 그래서 부지런해지려고 주말에도 6시에 일어나는데, 피곤한 게 맞나 봐요."


"연극은 연우 씨 덕분에 제가 재미있게 잘 봤으니까 점심은 제가 살게요."


쌀 국숫집에 들러 뜨끈한 국물을 먹었다. 숙주와 고기, 국수면을 골고루 숟가락에 얹어 맛있게 먹고 있는 현서를 연우가 빤히 쳐다보았다.


"쌀국수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이 양파가 좋더라고요."


그저 먹는 것은 살기 위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연우는 현서의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저런 게 맛을 즐기는 거구나.'


식사를 마치고 나니 2시가 되었다.


"과외 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는데 여기 주변 좀 돌까요?"


현서의 제안에 연우는 기분이 좋았다. 연우는 걷는 것을 좋아했다. 첫사랑과 연애할 때도 둘이 걸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현서 씨 저랑 동갑인데 우리 이제 말 놓는 게 어때요?"


"그럴까요?"


길을 걷는 둘 사이는 아직 거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고, 현서와 연우의 눈에는 유난히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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