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5
가뭄에 단비같은 케이크
케이크를 완성한 뒤, 현서의 친구는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한다며 바쁘게 헤어졌다. 혼자 남은 현서는 연우를 위한 케이크를 들고 카페에 갔다.
'오늘 약속 있으면 어쩌지. 일단 퇴근시간 다 돼가니까 연락해보자.'
연우는 모처럼 퇴근시간이 여유로웠다. 남은 시간에 좋아하는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혹시 퇴근하고 약속 있어? 나 너한테 줄 게 있는데 시간 되나 해서. 잠깐만 보고 가도 될까?'
현서에게서 문자가 왔다. 연우는 문자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주말에서야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온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응 퇴근하고 시간 괜찮아. 어디서 볼까?'
'학교 주변은 보는 눈이 많으니까, 너 사는 곳 주변이 낫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 그럼 지도 캡처해서 보낼 테니까 그쪽으로 올래? 난 30분 뒤면 도착할 수 있어.'
연우는 굳이 사는 동네까지 알려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동네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학교 주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아 이쪽이구나. 나도 그 정도 걸릴 것 같아. 이따 봐~'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었고, 연우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왔다. 사실, 연우는 출. 퇴근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자취를 하고 있었다. 현서와 아직 명확해진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알렸던 것이다.
'뭘 주려고 그러는 거지?'
연우도 현서와 자신의 사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조금씩 끼어드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첫사랑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신호는 없었다. 그래서 연우도 이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
'고백하는 건 아니겠지?'
약속 장소에 가보니, 현서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저거 케이크 같은데. 무슨 날인가...'
연우는 현서의 손에 있는 케이크 상자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미안해 너무 갑자기 보자고 했지?"
"아니, 괜찮아. 근데 무슨 일이야?"
"방학해서 심심했는데 친구가 오늘 케이크 만들러 간다길래 따라갔거든. 그래서 나도 하나 만들었어. 너 주려고.'
"나 주려고 이걸 만들었다고?"
연우는 오랜만에 누군가 자길 위해 직접 만든 선물을 보고 무척이나 감동했다.
"혼자 살면 과일 같은 거 남기게 돼서 잘 안 사 먹더라고. 그래서 과일 듬뿍 올렸어."
"맞아. 잘 안 사게 돼. 잘 먹을게. 맛있어 보인다."
"집은 이 근처인 거지? 난 이제 가볼게."
"응? 정말 이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네?"
"내일도 출근이잖아. 얼른 가서 저녁 먹고 쉬어. 월요일인데 시간 많이 뺏으면 안 되지."
"응, 정말 잘 먹을게. 조심해서 들어가."
연우는 케이크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좋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정성이라 그런 걸까... 현서는 날 좋아하니까 이렇게 만들어서 가지고 온 거겠지?'
첫 연애를 끝내고, 일만 하느라 마음 돌 볼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연우는 평소에도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감정 소모에 에너지를 쓰는 것도 싫어했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의지하거나, 징징대는 것도 불편해했다. 자신의 감정은 본인이 제어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크게 흥분하거나, 이성적인 사람과 멀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 좋았다.
그런 연우에게 현서가 준 케이크는 단순한 케이크가 아니었다. 연우의 메마른 감정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