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7

우리

by 에토프

방학식날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현서의 문자가 아침부터 연우를 웃게 한다.


'잘 잤어? 밥 먹고 있으려나? 점심메뉴는 골랐어?'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네. 네가 고를래? 난 거의 안 가리고 먹는 편이야.'


'그래? 난 매일매일 먹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럼 내가 알아서 정할게. 11시쯤 위치는 문자로 보내줄게 이따 봐~'


연우는 음식 메뉴 고르는 게 매번 어려운 일이었다. 혼자 식당을 가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반찬가게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밑반찬을 사서 계란 프라이 하나와 갓 지은 밥으로 늘 아침식사를 했다. 점심과 저녁은 학교급식을 먹었다. 저녁 급식이 없는 날엔 김밥 한 줄을 사서 집에서 먹는 게 대부분이었다. 밥은 배만 채우면 되는 것이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시간과 체력을 써가며 기다리는 것을 연우는 이해하지 못했다.


연우는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그리고 역 주변의 꽃집을 검색했다. 케이크도 고마웠고, 아침마다 보내주는 문자도 고마워서 선물을 하고는 싶었는데, 연우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쉽게 생각해내지 못했다. 마침 역 주변에 하나씩은 꼭 있는 꽃집이 생각나 꽃을 사기로 했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내기에도 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꽃집에 들러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꽃다발을 골라 샀다. 톤 다운된 핑크색 리본 끈을 골랐다. 소개팅 날 입은 현서의 니트 컬러와 비슷했다.


'그날, 그 옷 참 잘 어울렸는데.'


연우는 꽃다발을 들고,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현서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춥지? 얼른 들어가자."


자리에 앉은 현서가 묻는다.


"꽃다발은 뭐야?"


"아. 나도 너 주려고 샀지. 여러 가지로 고마워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현서는 놀라고 고마웠지만 크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뭘,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생각과 다른 조용한 반응에 연우는 조금 당황했다. 현서는 배려하고, 주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라, 다른 이가 주는 배려나 선물에 부끄러워서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


"여긴 파스타가 맛있는데, 이 메뉴가 제일 인기가 좋대. 이것도 평이 좋더라. 샐러드도 하나 시킬까?"


연우는 현서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현서는 한 손에 숟가락을 잡고 한 손은 능숙한 포크질로 파스타를 한입 크기로 돌돌 말아 맛있게 먹었다. 연우는 상큼한 유채향이 나는 샐러드를 입안 가득 넣었다.


'이런 맛도 있구나. 상큼하고 달고 맛있네.'


연우는 파스타보다 샐러드를 더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현서처럼 잘 말아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넌 그거 되게 잘한다."


"응? 아 이거. 파스타 처음 먹을 때부터 잘 되더라고. 내가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가. 넌 샐러드가 입맛에 맞나 보다."


"응, 난 고기보다 채소가 좋아. 돈가스는 그나마 잘 먹는 편이고. 두부를 제일 좋아해."


"두부 좋아하는구나."


현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메뉴가 아니라 재료로 말하는 연우가 특이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현서가 꽃다발을 유심히 본다.

연우는 그런 현서에게 조심히 말을 꺼냈다.


"우리말이야. 서로 호감 있는 거 맞지?"


"응?"


현서는 먼저 우리의 감정에 대해 언급한 연우에게 놀랐다.


"우리 사귀자. 그 꽃... 고백하려고 산거야."


먼저 고백하려고 했던 현서는 또 한 번 놀랐다.

첫 연애에 고백을 먼저 받고 시작하게 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학창 시절 현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현서에게 관심이 없었고, 현서는 주눅이 들어 그동안 연애는 외면하고 있었다.


"나도 오늘 그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상상도 못 했어. 네가 먼저 말할 거라고는.'


"그래? 네가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 같다고 느꼈어. 좋더라 오랜만에 외롭다는 게 뭔지 알겠던데."


연우의 말에 현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그날의 고백으로 둘의 공간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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