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9
행복한 우리 집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본가에 가면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시지?"
"그렇지.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음식들 상다리 휘어지게 해 놓고 기다리셔. 그 음식들은 어릴 때만 좋아했던 건데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좋아한다고 기억하시더라."
"그래? 이제 이거 싫어졌어요 말해봤어?"
"아니, 어떻게 그래. 난 말 못 하겠던데? 그리고 어쩌다 한 번이라 그냥 잘 먹는 척하고 오는 거야. 그래야 어머니도 안심되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는 너에 비하면 어린애 같아. 난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줘도 맛없으면 안 먹거든."
"매일 먹으니까 익숙해서 모르는 거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이 얼마나 소중한지."
현서는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연우가 어른처럼 보였다.
"근데 너는 언제부터 어머니라고 불렀어? 난 엄마 호칭이 더 좋더라. 어머니는 뭔가 어색해. 거리감 느껴져."
"글쎄, 나도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중학생 되고 나서부턴? 아버지가 그렇게 부르라고 하셨어. 밖에서 다른 집 자식들이 어머니, 아버지 하는데 그게 부러우셨대."
"아버지가 엄하셔? 시킨다고 하는 거 보면.."
"그런 편이 시지. 공부 잘하기 전엔 많이 맞고 자랐어. 폭언도 심하셨고."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가. 항상 조심스러워 보여."
"사람들이 날 어려워하긴 하더라. 너희 부모님은 어떠셔? 우리 집이랑 정반대일 것 같아."
"뭐 좀 많이 다투시는 편이라, 위태로운데 절대 안 헤어지는 부부라고나 할까. 지금은 나도 성인이니까 덜 불안한데. 어릴 때는 정말 불안한 적이 많았어."
"맞아.. 나 학생들 가르치기 전엔 몰랐거든. 너처럼 밝고 예의 바르고 똑소리 나서 화목한 집에서 잘 자랐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면 부모님 때문에 속앓이 하는 애들이 많더라. 이제 좀 보이더라고. 나 닮은 아이들도 보이고. 난 사실 어떻게든 가족이랑 살고 싶지 않아서, 서울 오려고 공부 열심히 했어."
"공부한 뒤로는 괜찮았던 게 아니야?"
"동생이 나 때문에 잔소리를 많이 들었지. 비교당하느라. 나는 가만히 할 일 한 건데, 내가 죄인 같기도 하고. 집이 불편했어."
현서와 연우는 지나간 어릴 적 상처를 보여주며, 같이 보내지 않은 시간도 같이 보낸 것처럼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