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0
목도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두 사람은 서로가 자라온 이야기를 나누며 어릴 적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현서는 연애라는 게 단순히 설레고 뜨거운 감정만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저 핑크핓의 로맨스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고 내 삶까지 보여주는 것이 사람이 사랑을 하는 과정임을 알게 됐다.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온 현서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들떠있었다.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어? 연우가 샀던 그 책 작가가 이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현서는 배너를 클릭해보았다.
연우가 샀던 책의 표지가 보였다.
'북콘서트라는 것도 있구나.. 24일이네. 이거다!'
현서는 사람도 붐비지 않을뿐더러, 책을 좋아하는 연우에게 아주 적절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사연을 적고 응모했다.
'오늘까지였네. 꼭 됐으면 좋겠다.'
현서는 두 손 모아 한참을 기도했다. 그리고는 연우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랐다.
'목도리 하고 나오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일단 목도리부터 찾아봐야겠다.'
현서는 연우에게 어울릴만한 목도리를 골라 결제를 했다.
'100일에는 돈 좀 더 써서 비싼 걸로 해줘야지.'
현서는 처음 같이하는 크리스마스라 값비싼 선물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 일기 매일 쓴댔지. 일기장이 좋겠다.'
목도리와 일기장을 고른 현서는 기분이 좋았다. 목도리도 일기장도 매일 연우와 함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현서의 지인들은 매번 현서의 선물을 고르는 안목에 감탄하고는 했다. 옷을 사도 받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사이즈와 스타일로 쉽게 고르는 편이라 친구들도 현서에게 많이 묻곤 했다.
이틀 뒤, 북콘서트 당첨 문자를 받은 현서는 빨리 연우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짠~우리 24일에 여기 가려고!'
한참 뒤에야 연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 나 북콘서트는 처음 가봐. 그때 산 책 재밌게 봤는데 기대된다. 나 교생 때 가르치던 학생이 온대서 잠깐 나갔다 오려고~이따 연락할게~'
'응 잘 다녀와.'
현서는 매일같이 연우와 만나는 게 익숙해졌는지, 데이트가 없는 날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욱더 싫어졌다.
'할 거 없나... 연우는 아직이네.'
3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지만, 연우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서는 처음 해보는 사랑에 항상 조심스러웠다. 이해심 많고 배려 깊은 현서였지만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에 자신의 직진이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진 않을까 매번 생각했다. 선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나 이제 집에 가는 중이야. 뭐해?"
"그냥 뒹굴뒹굴. 제자는 무슨 일로 왔대? 나는 교생 선생님들이랑 연락하고 지내는 거 거의 없었는데"
"아~그때 좀 힘들어했던 친구라 내가 많이 의지가 됐나 봐. 고맙다고 선물을 가지고 왔더라."
"그렇구나. 선물은 뭐 받았어? 우리랑 나이 차이 얼마 안 나겠다. 네다섯 살?"
"응 다섯 살일걸. 선물 목도리 받았어."
목도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현서는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자기가 계획한 선물 중 하나가 겹치는 것이 이상하게도 화가 났다.
"뭐? 목도리? "
"응, 왜?"
"아니 그냥~어.. 나 엄마가 불러서 가봐야 될 것 같아. 조심해서 들어가~"
현서는 자신의 마음이 들킬 거 같아 엄마 핑계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준비한 선물들이 실패해본 적이 없는 현서는 그 상대가 연우라 그런지 많이 허탈해했다.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