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2

네가 가고 싶은 곳

by 에토프

작년까지만 해도 현서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친구들 모두가 연애를 할 때에도 모태솔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현서는 솔로 탈출을 위해 여러 번 소개팅도 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결국 또 혼자였다. 쏟아져 나오는 커플들 사이로 자신도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거리를 누비는 것이 소원이었다. 현서는 크리스마스이브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연우처럼 노멀 하게 차려입고, 선물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다음날이면 지방에 내려갈 연우를 생각해 점심을 먹고 북콘서트를 보고, 이른 저녁에 헤어지기로 했다. 심은 연우가 알아봐 둔 곳으로 향했다.


'여기 맛있었는데 현서도 좋아하겠지?'


연우는 첫사랑과 갔었던 레스토랑을 예약했었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거지 같았던 첫사랑을 현서의 기억으로 덮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어? 여기 너무 비싸지 않아?"


"뭐 오늘 하루인데. 북콘서트 내 생각해서 신청한 거잖아 고마워서 그렇지. 먹자."


음악도 조명도 음식도 크리스마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나 크리스마스이브에 매년 혼자였는데, 올해는 진짜 못 잊을 것 같아."


"진짜 혼자였어? 아니 동욱이가 너 연애 쉰 적 없다던데?"


"연애를 해본 적이 있어야 쉰 적도 있지."


"그렇지? 내가 처음 사귄 사람인 거지?"


"티 많이 났어?"


"나도 뭐 연애경험이 많은 건 아닌데. 내가 보기에도 약간 그렇긴 했어. 우리 현서 로망이 많겠는데?"


"놀리는 거처럼 들리네."


"아니야~내가 다 해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현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손을 잡고 여느 커플처럼 길거리를 누비며 '난 혼자가 아니야'를 자랑하고 싶었던 소망을 이뤘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돈 잘 버는 어른이 된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식사를 하고 싶었던 소망도 이뤘다. 식사를 마치고, 북콘서트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둘 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작가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독자들과 소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현서는 인문학이 그렇게 딱딱한 분야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연우와 뭔가를 공유하는 기쁨도 컸다.


"어땠어? 지루하지 않았지?"


"난 독서토론회 같을 줄 알았는데, 진작 이런 게 있는 줄 알았으면 나도 책 좀 읽었을 것 같아."


"독서토론? 난 혼자 읽고 혼자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여러 사람이랑 생각을 나누는 게 새롭고, 짜릿했어. 다음에도 같이 또 가자."


현서의 친구들은 애인과 멋진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놀이공원에 가거나 유명가수들의 콘서트에 간다고들 했다. 현서가 북콘서트 얘기를 꺼내니 다들 한 마디씩 했었다.


"너 책 안 읽잖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너 올해도 솔로인 거 창피해서 거짓말하는 거지?"

"너랑 잘 맞는 사람인 게 확실해?"


현서는 친구들에게 멋들어진 후기를 남겨줄 생각으로 신이 났다. 둘은 집에 가는 내내 토론을 즐겼고, 현서는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지만 연우의 강의로 거의 모든 내용을 습득했다. 현서는 내일 새벽 일찍 본가로 가야 하는 연우 때문에 일찍 헤어져 아쉬웠지만, 잠이 들기 전까지 오늘 연우와 나눈 대화들을 생각하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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