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3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
연우는 일찍 일어나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늘 방학이면 본가에 일주일 동안 머물렀지만, 이번엔 사나흘만 묵고 올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연애가 좋았다.
'나 버스 탔어. 잘 다녀올게.'
현서는 연우에게 연락이 온 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연우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보고 싶네. 가지 말걸 그랬나.'
두세 시간을 걸려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어김없이 부모님께서 마중 나와 계셨다.
"버스 타고 가도 된다니까요. 또 일찍 나와계셨던 거예요?"
연우의 부모님은 매번 도착 30분 전부터 나와서 연우를 기다리고 계셨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자식을 이틀 전부터 목 빠지게 기다렸다. 미리 장을 봐서 연우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자고 갈 이부자리까지 미리 꺼내어 준비해두신다.
"아침 안 먹고 왔지? 춥다 얼른 가서 밥 먹자."
어머니는 서둘러 연우의 짐을 챙겨 차에 싣는다.
집에 도착해 아침부터 푸짐한 식사를 하고, 어머니와 한창 수다를 떨다 보니, 잠이 온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던 현수는 연우의 문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벌써 도착했겠다. 오래 잤네..'
현서는 잘 도착했느냐며, 부모님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다오라고 답문을 하고, 연우가 없는 시간을 어찌 보낼지 생각해본다.
'저번에 그 책 재미있어 보였는데, 그 책이나 읽어야겠다.'
연우가 없는 시간을 독서로 채워보려 했다. 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서점에 들러 소설책 한 권과 연우가 사려다 고민하던 책을 한 권 사들고 들어왔다.
"너 지금 손에든게 책이니? 도대체 요즘 누굴 만나는 거야? 별일이네."
"왜 그래 엄마. 나 가끔 책 읽긴 읽어. 일 년에 한 권?"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홀짝 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두 시간이 지났다. 책이 몇 장 안 남았다. 시작하면 끝을 보는 현서였기에 첫 장을 넘긴 책은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덮어야 했다.
'이런 얘기는 어떻게 쓰는 거지. 이런 거 쓰는 사람은 엄청 똑똑하겠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연우는 연락이 없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할 일도 할 얘기도 많을 것 같아 현서는 기다리기로 했다.
연우는 하루 종일 먹느라 바빴다. 쉴 새 없이 나오는 간식과 상다리 휘어지는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고는 자려고 누워서야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하루가 끝나기 전에 겨우겨우 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고 싶네. 빨리 갈까 봐.'
연우는 부모님의 사랑에 이러다 배가 터져서 현서를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일 하루만 더 자고 가야겠다.'
연우는 어머니가 섭섭해하실 것 같았지만, 이번만큼은 현서와 있고 싶었다. 20년을 같이 지낸 가족보다 현서가 더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