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와 현서의 이야기-11

보기만 해도 좋을 때

by 에토프

'왜 하필 목도리야. 그렇다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연우한테 화낼 일도 아닌데.. 하..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질투가 섞인 화였지만 누구에게도 화풀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잘 시간이 되면 굿 나이트 문자를 하던 현서가 연락이 없자 연우는 전화를 걸었다.


"나야.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닌 것 같은데? 잘 자라고 문자가 없길래 전화해봤어."


"어 그랬구나 잘 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구나?"


"...... 화가 나는데 화낼 사람이 없어."


"왜 그러는데?"


"아니 사실 내가 너 주려고 목도리를 샀는데 오늘 목도리를 받았다고 하니까 화가 나더라고. 근데 그 애한테 화낼 일도 아니고, 너한테 화낼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어."


"음... 네가 생각했던 대로 안돼서 기분이 나쁜 건가?"


"응 그런 것 같아. 암튼 지금은 너랑 더 얘기하면 괜히 싸울 것 같아."


"그래... 시간 지나고 괜찮아지면 연락 줘."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현서는 화가 누그러졌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현서는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터덜터덜 화장실로 향했다.


'연우는 내가 안 보고 싶은가...'


괜찮아지면 연락 달라더니, 연우는 밤새 문자 한 통 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 현서는 그런 연우가 조금 섭섭했다. 보고 싶다, 괜찮아졌냐 한번 들여다 봐주길 바랬지만, 연우는 현서가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저 제 할 일만 했다.


'나 일어났어. 오늘은 과외가 세 군데 있어서 좀 바쁠 거 같아.'


'기분은 나아졌어? 나도 오늘은 당직이라 출근해~저녁에 시간 되면 만날까?'


'이따 상황보고 연락 줄게.'


연우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현서였지만, 오늘만큼은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 연우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해주지 않는 게 섭섭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외만 남자 그제야 현서는 연우와 약속을 잡았다.


'어디서 볼까?'


'닭갈비 먹고 싶은데, 맛집 알아?'


'그래? 오늘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나 보네?'


현서는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내는 연우를 보고 놀랐다. 매번 자기가 데이트 코스를 고르기는 하지만 연우와 취향이 달라 자신의 선택이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현서였다. 그래서인지 연우가 선택한 닭갈비가 고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연우가 저 멀리서 현서를 보고 반갑게 뛰어온다.


"우리 고작 이틀 안 본 건데 오래 안 본 것 같다."


현서는 그 말이 보고 싶다는 말로 들려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닭갈비 좋아해?"


"응,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는데, 이건 그나마 안 물리더라. 맛있다."


맛있게 먹는 연우를 보니, 현서의 마음에 난 뾰족한 가시들이 모습을 감췄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데, 뭘 그렇게까지 열을 냈을까.'


현서는 자신이 미성숙한 존재로 느껴졌다.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해도 되는 걸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현서는 다시 직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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