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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Aug 23. 2021

순산

출간이 출산인 줄

작가의 서랍 안에 있던 글들이 다 빠져나갔다.

(백신 맞기 전에 끝내는 게 목표였다!)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속도가 붙었을 땐 서랍 안에 4편의 글이 쌓여있었다. 같이 사는 남자가 좋아하는 아멜리 노통브가 된 기분이 들었다. 미출간 작품이 쌓여있어 한해에 하나씩 공개하며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는 그 유명한 작가 말이다. 내 글이 유명하고 잘 쓰인 글은 아닐지라도 서랍 안에 쌓인 글들을 하나씩 발행할 때의 쾌감은 꽤 괜찮았다. 기저귀와 분유, 이유식이 아니라 내가 쓴 글을 쟁이다니!

 읽고 또 읽고, 고작 주인공 두 명인데 썼던 것도 헷갈리고, 내가 지금 13편을 쓰는지 14편을 쓰는지 정신없이 작성한 적도 있었다. 아이가 자기만을 기다렸다가 한편이라도 더 쓰려고, 시린 눈에 눈물을 흘려가며 채우기도 했다. 늦둥이가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 위, 아래 8개가 한 번에 뿅 나오느라 소설을 쓰는 내내 밤잠을 설쳤다. 시간에 쫓겨서 더 빨리 쓸 수 있었던 것일까... 이앓이보다 완결이 더 빨랐다. 시간이 더 많이 주어져도 이보다 잘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마지막 편은 처음부터 구상한 거라 한 번에 쭉 써 내려갔는데, 발행을 누르고 나니 울컥하며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수능 1교시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토할 것 같고, 눈물도 났고, 끝냈다는 안도감까지 너무 복잡한 감정이었다. 완결만을 목표로 달려왔다. 처음 쓰는 글에 나로서는 이만큼이 최선이었다. 이 정도면 순산인 거 같긴 한대 우량아 인지는 모르겠다. 당분간은 글쓰기를 멈추고, 미역국 대신 글을 읽으며 몸조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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