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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부산 생활

한국의 캘리포니아, 부산시

by 세영


서울에서 13년 살다가 부산으로 내려온 지 1년 남짓. 부산에서는 생뚱맞게 전혀 모르는 사람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종종 있다. 정말 자연스러운 스몰톡.


1. 여름에 길 가다가 모기에 물렸는지 발목이 너무 가려워 주저앉아서 벅벅벅 긁고 있었다. 벌에 쏘인 느낌까지 드는 것이 아무래도 보통 모기가 아닌 듯했다. 물린 곳을 철썩철썩 때리고 오두방정을 떠는 와중에, 지나가는 아주머니께서 멈춰 서시더니 “ 니 그거 그래가 안된다. 약국 가서 약사서 뿌려라!! ” 하고 쿨하게 지나가셨다. 단숨에 내 상황을 파악하신 아주머니가 대단해서 웃음이 터졌다. 나도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덕분에 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버물리를 사서 발랐다. 그러지 않았으면 약을 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2. 초여름에 친구들이 서울에서 놀러 와 다 같이 광안리 해변으로 놀러 간 적이 있다. 평일이라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제트스키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던 무리가 해안으로 들어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아저씨께서 “타볼래요?” 하시는 거다. 나는 약간의 경계의 태세로 “공짜로요..?”라고 맞받아쳤는데 아저씨가 당연하다는 듯, 서울아가씨들에게 뭔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겠다는 듯. “아이고 당연하지~~”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옆 동료들에게 구명조끼까지 빌려 공짜로 제트스키를 타고 광안대교 아래까지 질주했던 적이 있다. 놀러 온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좋은 추억이 되었다.


3.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몰톡들.. 길에서도 가볍게 말 걸어주시는 게 내게는 그렇게 힐링이 된다. 오늘도 4월이지만 춥다 느껴져서 두꺼운 롱패딩을 입고 나왔다가.. 더워져서 패딩을 벗고 있는데 앞에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오늘 덥제?” 한마디 하시면서 지나가셨는데 왜 그 관심이 좋은지.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렸을 때는 부산 사람들의 ‘오지랖’ 이 싫었다. 어린 마음에 괜스레 내 구역을 침범당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자라고 보니 타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사랑’인 듯하다. 옆집 사람 얼굴도 모를 정도로 각박한 세상에 남아있는 따뜻한 온정에 오늘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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