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의 희망으로 시작한 리더

바닷가 귀리 밭의 팜파티.

by Leo Song

바닷가 귀리 밭의 팜파티

처음으로 팜파티를 시작할 당시...



16년 전 도시에서 회사를 설립하며 품었던 농업의 비전은 바닷바람이 부는 시골도시에서 뿌리를 내렸다.

귀리, 벼, 몇몇 채소는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한 결실을 맺으며 우리의 노력을 보상해 주었다.

6차 산업 인증을 받으며 농업, 제조, 서비스를 아우르는 여정도 결실을 맺고 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마을 사람들 보시기에는 서툴고 답답해 보였고,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이 뭘 할 줄 아겠는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SNS에 귀리 생육 환경과 바닷가 풍경을 담아 공유하면 소식을 접한 고객들은 자연을 통해 쉼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도 늘 업로드해주었다. 그래서 작은 성취를 기념하기 위해 팜파티를 기획했다.




바닷가 언덕 위, 계단식 귀리밭이 펼쳐진 곳에서 열리는 팜파티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가장 아름다운 장소였다. 시골에서 와인을 주류로 한 파티는 낯선 시도였지만, 특별한 행사를 위해 준비했다. 일시와 장소를 정해 해사모들에게 초대를 알렸고, 행사 날이 다가왔다.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이동식 테이블을 이어 붙이고 테이블 보를 깔았다.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로 신선한 치즈, 과일, 갓 구운 베이커리를 정성껏 플레이팅 했다. 테이블 중앙에는 들꽃으로 장식한 작은 화병을 두어 소박한 멋을 더했다.

초대된 이들은 농작업을 도와주셨던 어르신 몇 분, 먼저 귀농했던 동생과 그가 소개한 관공서 관계자들, SNS로 소식을 받아보며 응원해 준 고객들과 해사모, 그리고 열정적으로 뛰어주는 직원들이었다.




파티가 시작되자 와인 잔이 하나, 둘 채워졌다. 초청된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전할 수 있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맛과 향을 음미하며 음식과 어우러져 특별한 순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와인을 마시며 처음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꺼냈다.

참석한 분들은 도시를 떠나 이곳을 찾은 이유를, 관공서 관계자들은 지역을 살리는 꿈을 공유하며 친밀감이 쌓였다.

파티가 무르익자 20년 전 도시에서 만났던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시골로 함께 귀농한 동생들이 더 나은 문화를 만들며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아낌없이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윤택해지기를 바랬다. 살아내는 동안의 흔적들은 SNS 콘텐츠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날, 대화로 가득한 자리에는 우리가 몰랐던 그림자가 있었다. 참석자 중 누군가는 우리의 꿈을 응원하는 척하며 다른 의도를 품고 있었다. 그때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이 행복 속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파티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고, 마을 어귀 전신주에 걸린 가로등 불빛이 반짝였다.

팜파티가 끝나갈 무렵, 한 분이 오셔서

“이곳에 오니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년에도 올게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은 큰 선물이었다.

시골도시에 이곳에 정착한 언 16년은 응원해 주시던 마을 분들, 고객들, 해사모들, 그리고 열심히 뛰어 주는 직원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