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의 희망으로 시작한 리더

야 반 도 주

by Leo Song

야 반 도 주.



우리의 농업회사는 한때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옹사장은 초기에 빛나는 인물이었다. 새벽녘 논밭을 돌며 작물을 살피고, 어르신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의 모습은 든든한 기둥 같았다. 그러나 그 열정의 이면에는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목회와 상담을 공부하며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던 나는, 경영자로서 그의 선택을 바라보며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야반도주’는 단순한 떠남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회피한 도망이 되고 말았다.



첫째, 회사는 매출과 지원사업으로 커졌지만 그는 경영을 명분 삼아 직원들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모두가 흘린 땀의 열매는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자부담 대출로 부채만 쌓여갔다. 직원들의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둘째, 밀키트 팀에 아내를 끼워 넣었다. ‘도움’이라 포장했지만, 실상은 감시였다. 작은 회사에서 신뢰는 생명인데, 그 균열은 팀원들의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셋째, 공무원들과의 잦은 술자리를 영업이라 부르며 회사 자금을 흥청망청 썼다. 술자리 뒤에는 이주해온 여직원들에게 대리운전을 부탁했다. 고작 3만 원이 보상이었다. 밤늦게 그의 집까지 모셔다 드리던 그들의 삶은 더 피곤해졌다.



넷째, 그는 공장 전문화 대신 “1인 가내수공업 1,00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직원들을 끝없는 쳇바퀴에 가두려 했다. 부모 일을 돕던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일 배우는 것만으로 감사하라”며 함부로 대했다.


결국 우리는 그의 직급을 말단으로 낮췄다. 더 이상의 실수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는 지인들에게 “죽을 병에 걸렸다”고 둘러대며 책임을 피했다. 과수원 퇴비 작업 후 열린 회의 자리에서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술이 덜 깬 듯한 목소리로 내뱉은 말은 잔인했다.
“이 사람들은 단순 노동을 좋아합니다. 삶을 개선하지 않는 건 게으름 때문이죠. 내가 뭘 잘못했나요?”
귀농을 꿈꾸며 따라온 이들의 가슴을 찌른 한마디였다.

그는 “영업으로 지쳤다”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곧 치유의 숲에서 가족과 산책하며 힐링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상처 입은 동생들은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차가운 새벽, 전화가 걸려왔다.
“밤새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새벽 산책 중에 보니 집이 텅 비었네.”
럭셔리하게 꾸민 컨테이너 하우스에는 아이 자전거와 작업화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의 야반도주는 뼈아픈 배신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결국 땅에서 달아난 것이 아니라, 자기 잘못에서 도망친 것이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로서 그의 아픔을 이해하려 했지만, 경영자로서 나는 그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일어섰다.

그의 떠남은 뚜렷한 교훈을 남겼다.
“사람을 가꾸듯, 잘못도 정면으로 마주하라. 회피는 더 큰 빈자리를 남긴다.”



시골의 고요한 밤하늘 아래, 나는 그를 용서하며 다짐했다. 더는 도망이 아닌, 직면으로 길을 열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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