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 선택을 대신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
9개의 문
외전 4: 선택을 대신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
인트로
사람은 선택을 미루다 못해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 주길 기다리게 된다.
그 기다림이
가장 조용한 붕괴라는 사실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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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다.
세상에는 언제나
결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 결정권을 넘긴 자리
민호는 늘 마지막에 있었다.
회의에서도,
관계에서도,
인생에서도.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었다.
그 말은 배려처럼 들렸지만
실은 결정의 무게를
타인의 손에 넘기는 문장이었다.
그는 그것을
평화라고 불렀다.
2. 대신 살아주는 세계
민호의 하루는
누군가가 만들어 둔 선택지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일이었다.
회사에서는 지시를 기다렸고,
관계에서는 상대의 기분을 살폈으며,
신앙에서는 해석을 빌려왔다.
“이게 맞겠죠?”
그 질문은
항상 자신의 책임을 비워 둔 채 던져졌다.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살아주는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3. 열리지 않는 문
그날 밤,
민호는 꿈에서 문 앞에 서 있었다.
아홉 개의 문 중
단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문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손잡이도 없었다.
그저 문만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이 문은
대신 열 수 없다.”
민호는 그제야
자신이 한 번도
문을 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4. 책임의 공백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민호는 소리쳤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그는 늘 배워왔지만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다.
늘 보호받았지만
한 번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 순간
민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서 있던 자리는
안전지대가 아니라
책임이 증발한 공백이었다는 것을.
5. 대신 선택해 줄 신은 없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물었다.
“그럼
누가 대신 선택해 주나요?”
침묵 끝에
조용한 음성이 돌아왔다.
“아무도.”
그 한 단어가
민호의 세계를 무너뜨렸다.
신도,
시스템도,
타인도
그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로소 명확해졌다.
클리프행어
그 순간
문 하나에
희미한 글자가 떠올랐다.
‘선택되지 않은 삶은
기록되지 않는다.’
민호는
처음으로 손을 들었다.
그 손이
문을 향한 것인지,
아직도 누군가를 부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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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두려워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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