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

외전 3: 선택을 미루는 사람

by Leo Song

9개의 문



외전 3: 선택을 미루는 사람



인트로


선택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선택을 미룬다.


그들은 거부하지 않는다.
반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언제나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 뒤에
자신을 숨긴다.


그리고 그 미룸은
어느 순간
삶 전체가 된다.



이전 이야기


외전 1에서,
도윤은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선택했다.


외전 2에서,
민수는 문을 보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를 살았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문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서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한다.


“나중에.”
“조금 더 준비되면.”
“상황이 나아지면.”



아직은 아니라는 말


서준은 스스로를
신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성급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언제나 한 박자 늦게 판단하는 사람.


그는 그것이
성숙함이라고 믿었다.


“결정은 나중에 해도 돼.”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잖아.”


그 말은
언제나 그를 안전한 자리에
머물게 했다.



2. 문 앞에 선 순간


그날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퇴근 후,
서준은 회사 근처 골목을 걸었다.


한 카페 앞에서
동료 하나가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고,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동료는
최근 부당한 일을 겪고 있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서준은 알고 있었다.


서준의 마음속에서
문이 열렸다.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3. 미루는 선택


서준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지금 말하면 괜히 일이 커질지도 몰라.
조금 더 상황을 보자.
다음에 말해도 늦지 않겠지.


그는 미루었다.


거절하지 않았고,
외면하지도 않았다.


다만
오늘이 아닌 내일로
선택을 밀어냈다.



4. 문은 기다리지 않는다


그날 밤,
서준은 잠들기 전
이상한 불편함을 느꼈다.


잘못한 일은 없었다.
누군가를 해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마음 어딘가가
조금 어긋나 있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문은
영원히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은
결단이 아니라
타이밍 위에 서 있다는 것을.



5. 미룸이 쌓이는 방식


며칠 뒤,
그 동료는 회사를 떠났다.


조용히,
아무 소문도 남기지 않고.


서준은
그 사실을 전해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땐 정말 상황이 애매했어.

그 말은
그를 다시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삶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기록이 남았다.


“알았으나, 미루었다.”



6.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서준은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선택을 미루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 선택은
눈에 띄지 않았고,
아무 결과도 바로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마지막 문단


선택을 미루는 사람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그러나 문은
준비된 사람에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응답하는 사람에게 열린다.


그리고 그 응답을
계속 미루는 동안,
삶은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음 화 예고


외전 4 - 선택을 대신해 주길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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