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6: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
9개의 문
외전 6: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
인트로
선택을 미루는 사람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
두려워하는 사람도
언젠가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은
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봉인한다.
이전 이야기
민호는 문 앞에 섰다.
문은 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손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문 위에 문장이 떠올랐다.
“두려움 속에 머문 자는
자유를 사용하지 않았다.”
민호는
그 문장을 읽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1. 삶이 아니라, 대기실
민호의 삶은
언제부터인가 ‘대기’가 되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살았지만
정작 하루 안에
자신의 의지는 없었다.
그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삶은 계속 흘렀다.
그 흐름 속에서
민호는 이상한 평안을 느꼈다.
그것은 진짜 평안이 아니라
책임이 없는 자의 고요함이었다.
2.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민호는 종종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 말은
자기 이해처럼 들렸지만,
실은 선택을 거부하기 위한
가장 편리한 변명이었다.
그는 성격을 핑계로 삼았다.
환경을 핑계로 삼았다.
상처를 핑계로 삼았다.
그리고 그 모든 핑계는
단 하나의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3. 선택하지 않으면 죄가 아닌가
민호는 문 앞에서
가장 무서운 생각을 했다.
‘선택을 안 하면
잘못도 안 하는 거잖아.’
그는 실패가 두려웠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서는
죄가 두려웠다.
선택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책임을 낳는다.
민호는 책임이 두려웠다.
그는 깨달았다.
선택은 단지 인생의 방향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행위라는 것을.
4.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날 밤,
민호는 다시 문 앞에 섰다.
이번에는 문이
조금 달라 보였다.
문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 어둠은
밤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흔적이었다.
민호는 손을 뻗었다.
그러나 문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당황했다.
“왜… 왜 안 열리지?”
그때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문을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문이 필요 없다고 선택했다.”
민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그 의미가
천천히 가슴을 파고들었다.
5.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민호는 한 발 물러섰다.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민호는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순간들.
사명을 붙잡을 수 있었던 순간들.
정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순간들.
그러나 그는 늘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그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선택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는 매번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클리프행어
그때
문 위에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선택하지 않은 자는
기록되지 않는다.”
민호는 숨을 삼켰다.
그 문장은
저주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처럼 들렸다.
그 순간,
민호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떠올렸다.
그 이름이
문에 새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화 예고
외전 7 ―
기록되지 않는 사람
저작권
ⓒ 쉐미니의 길 연구팀
무단 복제·재배포·상업적 이용·2차 가공을 금합니다.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 주십시오.
#9개의문 #웹소설 #판타지소설 #도시판타지 #연재소설 #선택 #결정 #책임 #인생선택 #자기성찰